2013년 4월 12일 금요일
2013.3.31 Helvetia(헬베티아) at 당정모임
오늘 모임의 마지막 게임인 [ Helvetia(헬베티아) ]입니다. 이 게임은 Matthias Cramer(마티아스 크레머)의 최신작입니다. 최신작이라 봤자 2011년 작입니다. 이 작가의 데뷔작인 [글렌 모어], 히트작인 [랭카스터]의 뒤를 잇는 작품이라 에센 슈필 2011에서 기대를 많이 받은 작품입니다. 근데 그만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영문판이 안나와서인지 기대만큼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요.
게임의 배경은 이러합니다. 19세기 초반 나폴레옹의 러시아 전역에 투입된 스위스 군 7만은 알프스보다 더 혹독한 러시아 동토에서 대부분 아사하거나 동사당합니다. 젊은 장정들이 전쟁에서 스러지다 보니, 스위스 각 마을들의 경제도 그에 따라 점차 피폐해졌지요. 그래서 게임에서 각 플레이어는 마을의 촌장이 되어 자신의 마을의 경제력을 회생하는 동시에, 다른 마을과의 통혼을 통해서 부족한 노동력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같은 과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서 헬베티아(스위스의 옛 이름) 최고의 촌장이 되는 게 목표지요.
게임의 이름이 헬베티아인 또 다른 이유는 스위스의 다양한 지명에 있을 것입니다. 스위스는 공용어가 4개나 되는 나라로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레토-로만어를 쓰고 있지요. 그리고 각 언어에 따라서 슈바이츠, 쉬스 등으로 불리우고, 영문명도 스위철런드로 쓰는 등 통일된 명칭이 힘든 나라입니다. 그래서 정식 명칭을 옛 부족명인 Helveti에서 따온 Confederatio Helvetica(헬베티아 연방)으로 정했지요. 아마 게임 이름을 지을 때도 그런 고충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게다가 폰트로 유명한 Helvetica(헬베티카) 때문에 헬베티아가 묻히는 감도 있기에 더욱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뭐, 그 점을 차치하고 서라도 헬베티카 폰트를 다룬 [Helvetiq]이라는 게임도 있으니 중복되는 걸 피하고 싶기도 했겠지요. 아무튼 이 게임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배경에서 설명한 것처럼 마을끼리의 통혼과 출산에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마을에 남의 마을 아낙이 들어와 있기도 하고 우리 마을 청년이 다른 마을에 데릴사위로 들어가 있기도 하지요. 재밌는 점은 그렇게 장가가거나 시집온 선남선녀들이 정작 해당 마을의 자원은 본래 태어난 마을로 빼다 바친다는 점입니다. 이러다가 시집 세간 살림 다 날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특히 우리 마을은 시집오거나 장가 온 녀석들이 자원 빼돌리기가 극심한 까닭에 살림살이가 남아나질 않았지요. 저렇게 누운 미플들은 전부 다 자원을 소진한 상태로 보시면 됩니다. 사크림님 말로는 출산을 위해 둘 다 자는게 아니냐고 하시던데,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훗, 역사는 밤에 이루어지는 법이니까요.
통혼과 출산 말고도 이 게임의 특징적인 점은 자원이 1회용이라는 점입니다. 자원을 건물 건설이나 상품 배달에 사용할 경우에만 딱 한 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을 내의 건물 건설과 마을 간의 교류에 주로 상품이 쓰이다 보니 저장 개념이 없네요. 그래서 자원의 순환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 쓴 일꾼을 야경꾼 액션을 통해서 다시 깨우는 일도 중요하지요. 근데 문제는 일꾼을 깨우는 과정에서 남의 마을 녀석들까지 같이 깨운다는 점에 있습니다. 제가 저 파란 일꾼이랑 빨간 일꾼을 한 4번은 깨운 것 같네요. 아, 아까워라..
마을의 건물들은 마을 회관을 둘러싸는 방식으로 지어집니다. 다 지으면 총 10개의 건물이 지어지게 되지요. 이 게임에서는 가장 먼저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 추가 승점을 가져가기 때문에 남보다 먼저 하는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가장 먼저 마을 회관을 둘러싼 플레이어는 승점 4점을 획득합니다. 승점 20점을 먼저 달성하면 게임이 끝나고, 최고 승점자가 승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4점은 결코 작은 점수가 아니지요. 그리고 액션은 위에 보이는 디스크 마커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근데 저렇게 6개의 액션 디스크를 모두 가지려면, 반드시 다른 마을과 빈번히 통혼을 이루어야 하므로 게임 자체의 상호작용은 꽤 많은 편입니다.
[문두스 노부스]가 끝나고 노피어님이 가셨기 때문에, 게임은 카인님, 사크림님, 토티님, 그리고 저 이렇게 4인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본디 4인까지인 게임입니다. 원래는 카인님이 제게 룰 설명한 게임인데, 이제는 제가 규칙을 설명하게 되었네요. 아무래도 최근에 이 게임을 구했기 때문에, 룰도 확실히 알고 있었지요. 결국 게임은 전에 해보신 카인님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이 게임은 자원 테크가 있기 때문에 전략을 미리 정립해 놓아야 하는데, 룰을 설명한 제가 정작 제대로 전략을 짜지도 않았네요. 게다가 마을 회관을 다 둘러싸는 건물을 짓지도 못했구요. 그리고 밤샘 마지막에 하는 게임이라 그런지, 다들 피곤해 보여서 설명도 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꽤 재밌게들 게임을 한 것 같아요. 원래 상호작용이 뛰어나고, 크레머 특유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게임이니까요.
역시 독어판만 나왔다는 점이 이 게임의 흥행을 떨어트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에센 슈필 2011에서 풀린 제품을 미리 접한 다른 게이머 분들의 기대치가 좀 높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지요. 그 전까지의 크레머 게임들로 인해 기대 수치가 좀 올라갔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선행 발매분 이후로 추가로 영문판이 발매되지 않았기에, 그만큼 가격도 센 제품이었구요. 그래도 전 개인적으로 비운의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고 보면, 짧은 시간에 많은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재밌는 게임이거든요. 게임 [빌리지]처럼 독특한 개념도 있고, 구성물도 꽤 아름다운 편이니까요. 이제는 매물도 별로 없어서 구하기도 힘들어 더더욱 안타까운 게임입니다. 이상 저주받은 명작, [헬베티아] 후기였습니다. 3월의 마지막에 즐긴 보드게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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