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특별한 주중 모임을 가졌습니다. 바로 보드홀릭의 라이칸님이 주최하시는 "대작 보드게임을 즐기자!" 모임입니다. 이 날은 제가 숙원하던 Roads & Boats(가도와 선박, 이하 R&B)를 돌리게 되었습니다. R&B는 제가 일전에 후기에 다룬 Antiquity(고대)의 제작사 Splotter Spellen의 히트작입니다. 이 게임이 있고 나서 비로소 스플로터社가 본격적으로 게이머를 위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해외에서는 나름 매니악하면서도 즐기는 이들이 왕왕 있는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국내에서는 별로 후기를 보지 못한 게임입니다. 제가 찾아본 바로도 2~3건 정도였으니까요. 아무튼 그런 아쉬움 때문에 항상 해보길 숙원하던 게임 중 하나입니다. 이번 모임을 통해서 이 게임을 처음 해보게 되었습니다. 참, 고마운 일이지요~
그럼 R&B는 어떤 게임일까요? 게임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 게임은 본격적으로 운송을 테마로 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거기에 덧붙여 기술 개발과 자원 축적의 요소 때문에 문명게임의 향취도 풍깁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PC게임인 트랜소프트 타이쿤의 보드게임 버전으로 보면 되겠네요. 이 게임은 1998년 작인데 그러다 보니 당대의 히트게임 카탄의 영향을 받아서 헥사 맵으로 구성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특기할 만한 점은 맵상에 나타나는 자원이나 건물들은 특정한 주인이 없다는 것입니다. 각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운송수단을 제외하고는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즉, 자신이 생산한 자원을 자신의 운송수단에 적재하지 않는 이상 남이 채가도 문제가 안되는 거지요. 게임의 디자이너인 제로엔 두먼과 요리스 비어징가 콤비가 공상적 사회주의에 빠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듯이 맨 처음에는 자신의 홈 베이스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영역을 넓혀 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당나귀 3필만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점차 마차나 트럭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요. 물론 선박도 처음에는 뗏목만 있지만, 나중에는 증기선까지 나옵니다.
또 게임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헥사 맵 타일을 다 세팅한 후, 플라스틱 판을 씌워서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게임 중에 도로는 모두 플라스틱 판 위에 펜으로 그은 선으로 표시되지요. 게임 제작 비용 절감 면에서는 좋겠지만, 솔직히 이 정도는 다른 부속품을 더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이 게임이 그리 저렴한 가격의 게임도 아닌데 말입니다. MSRP가 100불을 그냥 넘겨버리는 게임이거든요...
게임은 라이칸님, 라이칸님 지인분, 정종혁님, 그리고 저 이렇게 4인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초반에는 제가 채권을 하나 만들어서 앞섰지만, 결국 근소한 차이로 정종혁님에게 1등을 내줬네요. 사진에서 보이듯이 중앙의 광산지대를 정종혁님(녹색)이 공격적으로 봉쇄했는데요. 그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 문명 게임은 실용성과 호전성을 겸비하는 것이 왕도인가 봅니다. 아무튼 스플로터 게임답게 무지막지한 양의 카운터로 골치를 썩긴 했네요. 그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기에, 다음에 한 번 더 해보고 싶네요. 웬만하면 확장도 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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