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딥이 끝나고 다음에 돌린 게임은 [Glory to Rome(로마에게 영광을)]의 공동 작가 Carl Chudyk(칼 츄딕)의 [Uchronia(유크로니아)]입니다. [로마에게 영광을]과 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임입니다. 사실 이 게임은 발매 과정에서 꽤 말이 많았던 게임입니다. 바야흐로
[로마에게 영광을]의 제작사인 Cambridge Games Factory(캠브리지 게임즈 팩토리)에서 디자인을 일신해서 블랙박스 버전을 내놓으려 할 때의 일입니다. 그 때 칼 츄딕은 프랑스의 제작사 Iello(이엘로)로 이미 이직한 상태였습니다. 근데 이엘로社가 [유크로니아]를 홍보하며 [로마에게 영광을]에 약간의 기술적 변화를 거친 개정된, 혹은 완벽한 버전이다라고 발언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캠브리지 게임즈 팩토리社의 사장이자 디자이너인 Ed Carter(에드 카터)의 말에 의하면, [로마에게 영광을]은 자신과 칼 츄딕의 공동 작품이나, 칼 츄딕이 퇴사하는 과정에서 그에 관한 모든 권리를 에드 카터에게 넘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이직한 이엘로社가 제품을 홍보하면서 [로마에게 영광을]을 이용하니까 분쟁이 발생한 거지요. 뭐, 이후에 이엘로社가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요.
게임 시스템은 대개 로마에게 영광을과 대동소이합니다. 우선 저장고가 없어져서, 승점을 묻어두는 행위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로마에게 영광을에서 생각하기(Think)에 해당하는 계획(Plan)이 좀 다릅니다. 다른 사람의 액션에도 추종(Follow)할 수 있는 로마와는 달리 이건 자기 턴에만 클리엔테스에 해당하는 활성카드를 이용해서 여분의 액션을 하나 하고 카드를 보충받지요. 근데 이게 꽤 답답합니다. 뭔가 역동적으로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는 로마에게 영광을과는 달리 좀 제약받고 지루해지더군요.
후원자를 통해서 건물을 척척 짓는 행동이 불가능해지니까, 위에 보시는 것처럼 공용 공간에 카드만 엄청 쌓이더군요. 물론 처음 하는 게임이었기에, 건물 기능도 낯설고 진행이 미숙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도저히 로마에게 영광을의 개정된 판본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
더군요. 혼동을 막고자 건물 카드를 따로 만들고, 자재, 명령, 활성 카드 용도로 따로 카드를 만든 점도 마음에 안들구요. 물론 제가 로마에게 영광을에 익숙해져서 그런 탓이겠지만, 건물 카드는 괜히 만든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더군요.
써놓고 보니까, 칭찬보다는 비판 일색인데요. 제가 공동 꼴찌했다고 그러는 건 아닙니다, 쿨럭~ 로마에게 영광을에 너무 익숙해져서, 비교를 하다 보니 그런 걸 수도 있구요. 하지만 대개 이 게임을 접하시는 경로가 [로마에게 영광을]과 [이노베이션]의 작가 칼 츄딕의 이름을 보고 사시는 걸 테니, 염두해 두시라고 좀 사견을 많이 넣었습니다. 맞는 분들께는 지장이 없겠지만, 전 게임하는 내내 너무 답답하더군요. 로마에게 영광을처럼 잭 카드도 없고, 추종도 못하니 말이죠. 로마에게 영광을을 차분히 만드려고 그런 것 같다는데, 건물 카드 보면 막 나가는 특성은 여전한 것 같네요. 무시무시한 건물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아무튼 심군 형님이 가져오시고 진행한 게임 [유크로니아]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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