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후기에서 [MEQ]의 배경과 캐릭터만 이야기하다 마친 것 같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게임 내용을 주로 다뤄 보려고 합니다. 저번에 언급한 아이스블루님의 영웅, 로한의 요머쓰는 에도라스에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작 이벤트로 가까운 아이센가드에 사루만이 나타나고, 마침 사우론의 책략도 팡고른 지역에 발동되었지요.
여기서 책략이란 게임 중에 사우론 플레이어가 하는 갖가지 음모들을 의미합니다. 왼쪽 하단의 카드가 바로 사우론이 진행한 책략입니다. 책략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쁜 방향으로 반지의 제왕 스토리를 끌어가는 것이지요. 3가지 방향으로 책략을 꾸려갈 수 있습니다. 먼저 간달프가 쫓고 있는 반지의 행방을 추적해서 반지의 현 주인을 밝혀내는 것이지요. 위에 반지 마커가 바로 사우론의 마커입니다. 그리고 중간계의 각 지역들을 지배하는 정복 마커나 인간 지도자들을 타락시키는 타락 마커 등이 있지요.
이 게임에서 사우론이 마음대로 날뛰도록 내버려두면 위험해질 것이 뻔하므로, 아이스블루님의 요머쓰가 아이센가드로 들어가 사우론의 책략을 저지하기로 합니다. 근데 han79님도 그것을 예상해서인지 사악한 몬스터들과 그의 하수인인 사우론의 입을 주변에 배치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센가드에서 요머쓰와 사우론의 입과의 전투가 벌어집니다.
전투는 위와 같이 카드로 진행됩니다. 주사위를 쓰지 않는 전투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FFG의 노력이 엿보이지요. 사우론의 입은 영화나 소설에서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녀석인데, 여기서는 의외로 강력하게 나타납니다. 특히 전투 전에 영웅에게 일단 타락 카드를 주고 시작하는 특수능력이 매우 무섭습니다. 타락 카드는 영웅에게 각종 페널티를 주기 때문에 꽤 아픈 타격이지요. 게다가 우리 팀의 승리 조건이 타락 카드를 1장 이하로 유지하기이기 때문에 더욱 골치아픈 녀석입니다.
결국 요머쓰는 사우론의 입에게 당하고 맙니다. 영화에서는 아라고른의 칼질 한 방에 썰려버린 녀석인데 말이죠. 이렇게 전투에 패하고 나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하나 빼았기고 근처의 안식처로 퇴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동 휴식에 들어가게 되지요. 이렇게 진 대가로 사우론의 영향력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사우론의 이야기 마커도 하나 진행됩니다.
한편 제 영웅인 베라보르는 한창 퀘스트 해결과 아이템 얻기에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회색 항구(The Grey Haven)에서 시작 퀘스트 해결과 간달프를 만나서 지혜를 올리기로 합니다. 그런데 사우론의 딴지로 인해 간달프는 에넷와이쓰 평원(Enedwaith Plains)로 쫓겨 갑니다. 별 수 없이 회색 항구에서 퀘스트를 해결하고 배를 얻는데 만족해야 했지요.
그리고 위 사진은 에도라스에서 세오덴 왕에게 로한의 준마를 얻는 장면입니다. 이제 배와 말 모두 갖췄기에 이동에 불편을 겪을 일은 더 이상 없습니다. 게다가 사우론에게 받은 타락 카드도 한 장 제거했기 때문에, 꽤 혜택많은 이벤트였지요. 이제 남은 일은 우둔의 바다(Sea of Udun)에 가서 사우론의 책략을 제거하는 일이지요.
게임도 어느덧 종반으로 치닫고 있었기에 전투가 여러 차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우둔의 바다에 들어가서 사우론의 책략 마커를 제거했기 때문에, 미나스 모르굴에 있는 나즈굴들과 전투가 곧 벌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머쓰도 계속해서 아이센가드에 있는 사우론의 입을 제거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고 말이죠.
드디어 나즈굴과 베라보르가 부딪혔습니다. 영화에서는 아라고른에게 당하고, 간달프에게 털리는 등 동네북신세이던 녀석들이지만, 반지의 영웅들이 없는 이 게임에서는 매우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전투력도 강하지만, 무엇보다도 절대 죽지 않는다는 점이 무섭지요. 실제로 이 싸움에서는 제가 이겼지만, 나즈굴의 부활 지점이 우둔의 바다 바로 아래인 미나스 모르굴(Minas Morgul)이어서 한 번은 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시대가 진행될 수록 사우론의 부하들이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처음에는 하라드(Harad)의 군주인 검은 뱀(The Black Serpent)와 사우론의 대변자(The Mouth of Sauron)만 등장합니다. 그러다가 2시대가 되면 아까 말한 나즈굴과 고르고로스(Gorgoroth)의 고쓰모그(Gothmog)가 등장하지요. 북쪽 앙그마르(Angmar)의 폐허 옆의 군다바드 산(Mt. Gundabad)에 있는 녀석이 바로 고쓰모그입니다.
그나저나 이 팡고른에서 버티고 있는 사우론의 입은 끝까지 영웅들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아이스블루님도 계속해서 팡고른 숲을 공략해보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나 보네요. 2번이나 싸웠지만 한 번은 지고 한 번은 무승부로 끝났지요. 그래서 제 영웅인 베라보르가 에도라스에 와서 사우론의 입을 죽이기로 결심합니다.
근데 여기서 han79님의 딴지가 제대로 작렬합니다. 에도라스와 팡고른은 딱 2칸 거리인데, 사우론의 그림자 카드인 겨울 폭풍(Winter Storm)이 발동되서 1칸 밖에 이동을 못하게 된 거지요. 그래서 분풀이로 로한의 평원(Plains of Rohan)에 버티고 있던 하라드림의 군주 검은 뱀을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검은 뱀도 제법 강력한 하수인이지만, 제 베라보르의 상대가 될 순 없었습니다. 베라보르의 특수능력 덕분에 기술 카드를 꽤 많이 모았으니까요. 이번 게임에서 베라보르는 나즈굴과 검은 뱀을 모두 척살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불리한 전국을 뒤집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이야기는 대단원에 이르러서 사우론이 승리했습니다. 영웅 측 승리조건인 부패 카드 1장 이하 얻기는 요머쓰가 카드를 3장이나 받으면서 실패하고 말았지요. 그에 반해 han79님은 꾸준히 반지 마커를 진행해서 승리조건인 반지 마커 3시대까지 가기를 충족하였습니다.
처음 해봤지만 왜 이 게임을 사람들이 극찬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한 판이었습니다. 여러 게임에 있던 요소를 복합적으로 잘 융합한 시스템도 마음에 듭니다. 호의 마커를 모으는 요소는 [아캄 호러]에서, 서로의 목적을 추적하는 요소는 [드라큘라의 분노]에서, 그리고 사우론은 꼭 [디센트]의 오버로드 같았지요. 하지만 이 모든 요소를 잘 살려내면서도 반지의 제왕 테마를 잘 살렸다는 점에서 만점을 주고 싶은 게임입니다. 반지의 제왕 관련 보드게임을 찾는 분들께는 반드시 구해야 할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상 중간계 최고의 게임, [MEQ(중간계 탐색)] 후기였습니다. 이 글을 빌려, 게임 설명하느라 수고하신 han79님과 같이 게임 즐긴 아이스블루님께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