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보드게임을 접하기 전만 해도 게임하면 삼국지나 C&C, 발더스 게이트가 연상되네요. 그리고 요즘 PC나 콘솔게임하면 역시 스카이림, 위닝일레븐, 컬드셉트 등이 떠오르구요. 하지만 분명한 건 게임의 연원을 보면 보드게임이 PC나 콘솔게임보다 훨씬 역사가 길다는 겁니다. 뭐, 좀 다른 분류지만 RPG장르만 해도 TRPG D&D에서 왔고요. 간디와 옥수수로 연상되는 문명 역시 원래는 트레샴 옹의 보드게임을 시드마이어가 PC게임으로 만든 거지요. 그래서 저는 문명 보드게임하면 시드마이어의 문명보다는 트레샴 옹이 생각나더군요.
서론이 길었네요. 굳이 다 아시는 사실을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한번 PC나 콘솔게임의 장르로 보드게임을 나누어보자는 발칙한 생각 때문입니다. 사실 보드게임을 먼저 접하신 보드게이머분들께는 좀 황당한 발상이겠지만, 전 8,90년대 PC게임으로 게임을 배운 세대인지라 요렇게 분류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그럼 가장 대중적인 장르 구별로
ACT, RPG, SIM, Adventure, Puzzle 등으로 구별해 보죠.
1. Action
보통 액션이라 함은 게임 상에 자신이 조종할 수 있는 캐릭터가 존재합니다. 1인칭이든, 3인칭이든, 혹은 횡스크롤이든 FPS건 간에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와 조작에서 느끼는 액션성이야말로 액션 장르 게임의 강점입니다. 특히 대전액션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조작감은 다른 장르에서 찾아보기 힘들지요.
그런데... 보드게임이라는 특성상 이 장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선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라 봤자 RPG게임이나 협력게임에 컴포로 존재하는 피겨일텐데요. 이 피겨를 이동시키거나, 카드를 통해 전투를 한다고 해도 거기서 조작감을 얻을 수는 없지요. 혹여 가까운 미래에 3D 입체영상으로 워게임이나 RPG게임에 액션성과 조작감을 부여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동안 보드게임의 역사를 통해 PC나 콘솔의ACT 장르에 맞는 게임은 없다고 봐야겠지요.
2. Role-playing
다음으로 RPG 장르를 보겠습니다. 상술했듯이 이 장르는 TRPG가 선조격이고 그렇기 때문에 보드게임이나 PC, 콘솔게임이 자손인 셈이지요. 그래서 초창기 RPG 장르의 보드게임은 판타지 세계를 보드게임 상에 구현하는 데 D&D의 도움을 많이 빌렸습니다. 초창기 이 장르 게임들의 대표격으로 Magic Realm(1976)을 들 수 있지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역시 GW에서 나온 Talisman(1983)을 들 수 있겠지요. 그 외에도 D&D시리즈로 나온 야사달론, 캐슬 레이븐로프트 등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유행을 끄는 류로는 메이지 나이트(2011)와 디센트:어둠 속의 여행(2005)가 있지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근데 재밌는 사실은 우리가 흔히 협력 게임으로 알고 있는 부류 역시 RPG 장르에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사실 주어진 역할을 맡는다는 본래 뜻 그대로라면 이상할 게 하나도 없지만, 왠지 느낌이 묘하네요. 즉, 배틀스타 갤럭티카(2008)나 카멜롯의 그림자(2005), 그리고 아캄호러(2005) 등도 역시 이 장르에 편입된다는 이야기지요. 게다가 긱에서 보니 캐쉬n건즈(2005) 역시 롤플레잉 장르에 들어가더군요. 거기다가 더 복잡한 사연도 이야기할 게 많지만, 뒤에서 언급하겠습니다. 아무튼 RPG 장르는 보드게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점점 진화하고 있구요. RPG에 덱빌딩 시스템을 결합한 메이지 나이트란 게임만 봐도 잘 알 수 있는 사실이죠.
3. Simulation
사실,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보드게임이 이 장르로 귀속됩니다. 시뮬레이션 장르가 크게 3인칭 관리형 시뮬레이션과 1인칭 체험형 시뮬레이션으로 나뉜다고 볼 때, 보드게임들은 대개 전자에 속하겠지요. 그리고 과감하게 보드게임 시뮬레이션 장르를 나눈다면, 역시 전략적인 경영 시뮬레이션과 오직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구분됩니다. 사실 모든 경영게임이나 일꾼 놓기 메커니즘은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에 단선적인 구분은 필요 없겠지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그럼에도 굳이 전략 시뮬레이션을 따로 나눈 이유는 바로 전략 시뮬레이션이 보드게임 내에서 탄탄한 장르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워게임이란 이름으로 말이죠. 실제로 모 외국 포털 사이트의 경우 아예 보드게임과 워게임을 구분해 놓을 정도더군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사실 일꾼놓기라는 메커니즘만 해도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인지라, 이렇게 단선적으로 시뮬레이션 장르를 나누는게 합당한 방법일 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글 자체의 목적이 PC나 콘솔 게임의 장르로 보드게임을 구분해 보자는 것이였기 때문에, 양해 바랍니다. 그리고 경영 시뮬 중에서도 특징적인 경매 시스템이나 남자의 로망인 철도 테마 등을 지면 관계상 다루지 못한 것도 좀 아쉽군요. 뭐, 그 점은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뤄보겠습니다.
4. Adventure
이 장르는 보드게임으로 표현할 때 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상당 부분이 앞서 말한 RPG 장르와 혼용되기 때문이죠. 우선 독자들의 혼란을 막고자 보드게임에서 어드벤쳐라는 장르를 잘 구현한 게임이 뭔지부터 나열해 보겠습니다. 대표적으로 1985년 SDJ 수상작인 Sherlock Holmes Consulting Detective(1981)를 들 수 있습니다. 홈즈를 돕는 베이커 거리 비정규직들(Bakerstreet Irregulars:동네 꼬마들 중 홈즈가 도움이 될만한 아이들을 추려 꾸민 청소년 탐정단 정도로 보면 됩니다. ㅎㅎ)이 되어 홈즈에게 찾아 온 의뢰를 같이 풀어나가는 게임입니다. 물론 나중에 홈즈의 추리와 비교해서 승자를 확인합니다. 꼭 고전 추리 어드벤처 게임인 분노의 총성이나 탐정 진구지 사부로 혹은 레이튼 탐정 시리즈가 떠오르지 않나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그리고 추리 어드벤처 말고도 스토리 텔링을 기반으로 하는 어드벤처 게임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Tales of Arabian Nights(1985)가 있습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주요인물들, 신밧드나 알리바바, 알라딘 등이 되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지역 등을 모험하는 게임입니다. 스토리 텔링 게임답게 방대한 양의 시나리오 북과 선택지가 존재하지요. 언어의 문제만 없다면 옛 어드벤처 게임의 향수를 품은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게임이지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그 외에도 딕싯을 만든 리벨루드에서 나온 Fabula(2010)이나 내년 발매 예정인 Story Realms(2013) 등이 대표적인 스토리 텔링 게임에 들어갑니다.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그러면 아까 못한 얘기를 마저 할까요? 제가 상술한 모든 어드벤처 장르의 보드게임들은 또한 RPG의 요소를 일부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각자 주어진 역할을 가지고 플레이한다는 점에서 그러한데요. 실제로 아라비안 나이트 게임의 경우, RPG로도 즐기는 시나리오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넓게 볼 경우, 카멜롯의 그림자나 배틀스타 갤럭티카 역시 어드벤처 게임의 범주에 넣을 수도 있지요. 반대로 제가 상술한 어드벤처 게임들을 RPG범주로 넣거나요.
다만 전 PC나 콘솔 어드벤처 게임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요소와 다양한 선택지를 강조해서 스토리 텔링 시스템을 가진 보드게임들을 어드벤처 장르에 넣을 생각입니다. 다양한 선택의 자유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야 말로 우리가 어드벤처 게임을 하는 이유 아니겠어요?
5. Puzzle
퍼즐게임하면 딱 테트리스나 뿌요뿌요가 생각나네요. 취향이 옛날이라 그런지, 요즘 같으면 애니팡! 그러겠지요. 사실 제가 말한 게임들에서 보이듯이 퍼즐게임하면 낙하계 퍼즐(화면 상단에서 떨어지는 기물을 일정한 조건에 맞춰서 조작하며 제거하는 게임)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퍼즐게임의 정의는 생각보다 광범합니다. 원래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어려운 문제라는 원 뜻 상 퍼즐게임은 브레인 버닝 게임이 되기 쉽지요. 그런 면에서 보드게임의 퍼즐 장르는 먼저 GIPF 시리즈를 논해야 겠지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또한 Blokus(2000)나 Quoridor(1997)가 있지요. 그러고 보니 모두 추상전략 게임이네요. 사실 퍼즐이라는 단어에서 보이듯이 퍼즐 장르는 그다지 제한이 없습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게임 특성상 변수가 거의 없거나 드물며, 실력 차이가 확연히 나는 게임들이지요. 그렇게 볼 때 넓게 보자면 장기나 체스, 바둑, 그리고 하이브 같은 게임들도 들어갈 겁니다. 생각해 보니 퍼즐 장르 역시 보드게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엔 분명하군요.
이렇게 해서 ACT, RPG, SIM, ADV, Puzzle 장르를 통해서 보드게임을 분류해 보았습니다. 물론 지면 관계상 스포츠라든가, 리듬 액션 등 다른 장르는 생략했는데요. 사실 그런 장르의 게임들도 있기는 하겠지만, 지명도 면에서 상술한 게임들과는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긱에서 soccer라고 게임 이름을 검색해 봐도 2페이지 넘게 뜹니다. 대개 테이블 사커류 게임이나 아니면 축구 전술 게임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위에서 본 보드게임의 네 장르(롤플레잉,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퍼즐)와 비교해 보면 새 발의 피 정도겠지요. 그럼 다시 정리해 보면 이렇게 되겠지요. 보드게임 장르 : 시뮬레이션>> 롤플레잉 >퍼즐>>>>>>>어드벤처 뭐, 이런 식일까요? 아무튼 재미로 해 본 분류이니 너무 심각한 반응은 사양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