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1일 일요일

2013.1.27 CO₂at 당정모임

 이 날 마지막으로 돌린 게임, CO₂입니다. 다다에서 림림님 후기 보고 괜찮겠다 싶던 게임인데, 노피어님이 들고 오셔서 같이 하게 되었네요. 비뉴스의 디자이너인 Vital Lacerda의 2012년작이지요. 이제 보드게임에서도 친환경이 대세입니다~




초기 세팅 사진입니다. 보라색 디스크가 각 대륙의 탄소배출권 현황이구요, 6개 대륙의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게 게임의 목적이 되겠습니다. 쓰루가 끝나기 1시간 전부터 노피어님과 카인님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룰을 공부하시더군요. 생각보다 시스템이 독특해서인지 저도 룰 설명 들으면서 한 번에 와닿지는 않더군요.





게임은 노피어님, 개골님, 카인님, 꽃집총각님, 그리고 저 이렇게 5인플로 돌렸습니다. 최종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지만, 생각보다 협력의 비중이 상당했습니다. 특히 5인의 경우, 각 시대가 2턴만에 끝나기 때문에 제대로 힘을 모으지 않으면 망하기 십상이더군요.




 설명을 제대로 이해못한 탓인 지, 90년대 들어서야 겨우 발전소 하나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4시대인 2000년대 들어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500ppm을 넘어서면서 게임은 자동으로 패배하고 말았지요.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었습니다. 모임의 마지막에 돌린 탓인지, 룰 자체가 힘든 건 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돌리고 나니까 그제서야 감이 오더군요. 특히 처음 하실 분들은 5인으로 하시진 말 것을 권합니다. 공멸하는 지름길이더군요. 그래도 테마는 상당히 신선한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게임에서 자연환경과 인간의 오염이 다뤄지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기껏 해봐야 일전에 후기에서 다룬 앤티쿼티나 20세기 정도였지요.

 그런데 CO₂는 본격적으로 환경을 다루는 게임이다 보니 이색적이더군요. 특히 지속가능한 개발과 친환경 에너지의 중요성이 점증하는 요즘에 있어서는 교육적 효과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게임 중에 개골님이 했던 말씀처럼, 이 게임은 어른들에 대한 계도 효과도 꽤 큰 것 같습니다. 교토 의정서라든가, 그린 라운드 같은 의제들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니까요. 그리고 화석연료의 사용을 빨리 대체하지 않으면, 계속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대체 에너지의 활용을 생각하게 됩니다.

 묘한 선전 효과를 느낀 게임입니다. 디자이너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게임은 무상으로 한 10만 부 쯤 배포해서 각 교육기관 등에서 가르쳤으면 상당히 좋겠네요. 아무튼 마음까지 로하스해지는 게임,  CO₂후기였습니다.


2013.1.27 Through the ages(인류 문명 발전 대서사시) at 당정모임



 당정 모임에서 6번째로 즐긴 게임:인류 문명 발전 대서사시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미 통용되고 있는 쓰루라는 명칭은 참 별로인 것 같아요. 외국어 명칭을 우리말로 바꿔도 상관 없을 것 같은 게임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쓰루 디 에이지스란 게임입니다. 중문판처럼 차라리 역사의 수레바퀴 같은 이름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언제부터인가 외국어 명칭은 그냥 음만 따다 쓰는 경향이 굳어졌는데, 이 것도 그런 경우인 것 같습니다.

보드게임 후기에 잔설이 너무 길었네요. 아무튼 대망의 메이지 나이트 확장을 5시간 만에 끝내고, 쉬어가는 게임으로 위자드를 즐겼습니다. 위자드는 사진이 없어서 생략하고 바로 6번째 게임인 인류 문명 발전 대서사시로 갈께요. 이 게임은 예전에 다락에서 노피어님께 한 번 호되게 당한 이후로 손을 대지 않고 있었습니다. 꽤 빠른 시기에 접했음에도, 1년 정도 안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꽃집 총각님, 개골님, 저 이렇게 3인플로 하게 되었네요.




 확실히 한글판이라 여러모로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나폴레옹을 견제해 주는 이순신 장군님이나 행복도를 높여 주시는 세종대왕 전하도 참 좋았지요. 하지만 고질적인 문제인 저 작은 큐브는 여전히 싫더군요. 너~~무 귀찮아요!




맞은 편인 꽃집총각님 진영입니다. 그래도 초보자를 배려하시면서 그다지 견제가 안들어와서 참 플레이가 쾌적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개골님이 치고 들어와서 망했지요.

 아무튼 2시간 반 정도 플레이했는데, 다시 한 번 차근차근 배울 필요를 느꼈네요. 오래간만에 하는 지라 기억도 가물가물했고, 무엇보다도 메이지 나이트로부터의 피로도 상당했으니까요. 아무튼 밤새는 코스의 기본인 메나와 쓰루를 다 돌려서, 뿌듯하기는 합니다.


2013.1.26 Mage Knight(메이지 나이트) at 당정모임



 스파르타쿠스를 돌리고 나서 밥 먹기 전까지는 렉시오를 돌렸는데, 찍은 사진이 없네요. 렉시오처럼 지연 시간이 별로 안걸리는 게임은 사진 찍기가 참 쉽지 않죠. 그래서 바로 메이지 나이트 후기를 올립니다. 메이지 나이트 본판에다가 이번에 나온 확장판:잃어버린 군단을 추가시켜 플레이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영웅인 울프호크가 들어왔고, 게임의 주적인 볼케어 장군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근데 확실히 한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문 룰북만 보고하는 플레이는 꽤 힘들더군요. 메이지 나이트가 원체 쉽지 않은 게임이니 말이죠. 종광님, 꽃집총각님, 노피어님, 저 이렇게 4인으로 돌렸는데, 메이지 나이트 4인플 역시 만만치가 않습니다. 아마 꽃집총각님은 울프호크 하느라 더 힘드셨을 거예요. 게임의 목적은 간단합니다. 볼케어 장군을 물리치는 것! 그래서 확장판에 있는 모든 시나리오는 협력 목적으로 진행되고, 기존의 견제용 스킬은 협력용 스킬로 대체되지요. 근데 협력으로 하는 메이지 나이트는 다들 익숙치 않으신지 제대로 협력이 안된 것 같아요.




볼케어 장군은 일반 녹색 타일의 맨 마지막에 깔려 있기에 좀 늦게 등장합니다. 저는 골딕스로 했는데, 골딕스의 특화 스킬인 비행이 안나와서 고생이 꽤 심했지요. 게다가 주변의 몹들은 종광님의 토박이 다 쓸어버리는 바람에 저는 미궁만 세번을 전전했네요.




유닛 오퍼 왼쪽에 볼케어의 토큰이 있습니다. 이 토큰 위에다가 볼케어의 유닛들을 올려 놓는데, 볼케어의 레벨이 꽤 높아선지 거느리고 있는 부하들이 24마리나 됩니다. 사실상 혼자서는 상대하기 힘들지요. 게다가 전투 방식도 도시 점령하고 똑같아서 저 24마리를 다 죽여야 한다더군요.




이 날은 4라운드만 하고 그냥 마쳣습니다. 4인플인 점도 있고, 사이 사이에 룰북 보고, 카드 해석하고 하다 보니가 시간이 더 걸린 것 같아요. 확실히 룰북의 번역과 한글화 없이는 쉽게 돌리긴 힘들 것 같습니다. 이 날도 4라운드까지만 했는데, 5시간 정도 걸렸으니까요.

역시 한글화하시고 룰 번역하시는 분들께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낍니다.
 
 확장판의 시나리오는 총 3개가 있는데, 다 볼케어 관련 시나리오입니다. 본판에 협력 요소를 더한 것 같은데, 이 협력이라는게 참 쉽지가 않아요. 다 함께 치지 않는 한 힘들 것 같더군요. 아무튼 새로 들어온 울프호크도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스킬도 강력하고, 가진 카드들도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실제 게임도 노피어님의 아리테아와 꽃집총각님의 울프호크가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확실히 몹들도 강해졌구요. 그리고 확장판에 본판의 카드들도 좀 들어 있습니다. 에러타가 수정된 카드들이 있고, 그 능력이 너프된 카드들도 있지요.

그런데 메이지 나이트 초판을 가지신 분들께는 이 확장이 좀 안맞는 것 같습니다. 본판의 카드나 토큰에 비해서 확장의 그것들은 좀 색상이 튀네요. 미국에서도 그 것때문에 말들이 많은 것 같은데, 위즈키드社에서 어떻게 대응할 지 궁금하네요. 아무튼 메이지 나이트 본판을 가지신 분들은 꼭 사야하는 녀석이 아닐까 합니다.
 

2013.1.26 Spartacus(스파르타쿠스) at 당정모임

당정 모임에서 두 번째로 즐긴 게임입니다. 원래 스파르타쿠스의 이름을 빌린 게임은 2개가 있습니다. 제가 이 날 즐긴 스파르타쿠스는 동명의 HBO 드라마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피와 배신의 게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요. 사실 이 미드는 결국 스파르타쿠스의 반란까지 가게 될 텐데, 그 반란을 다룬 게임이 바로 그 전에 나온 스파르타쿠스란 게임입지요. 어쨌든 장백거사님이 오셔서 하게 되었지요.

게임은 장백거사님, 종광님, 빌리배트님, 그리고 저 이렇게 4인플로 돌렸습니다.




게임 세팅은 대략 이렇습니다. 각자 검투경기에 참가하는 가문 하나씩 맡아서 자신의 검투사를 흥행시키며, 돈을 걸고 명성을 쌓는 게임이지요. 물론 피와 배신의 게임이라 검투경기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사전에 벌이는 각종 음모와 배신도 매우 치열합니다.




제가 맡은 가문입니다. 사실 이렇게 테마성이 강한 작품은 본래 원전도 같이 봐줘야 하는데, 전 아직 드라마를 못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빌리배트님 말로는 그닥 대단한 가문은 아니고 배신을 쳐서 독립한 가문이라더군요. 이름은 그리스의 금권정으로 유명한 솔론에서 따온 것 같네요. 원래 종이돈이 따로 있는데, 장백거사님이 가져 오신 카지노 칩으로 돌리니 매우 안성맞춤이었어요.




게임은 크게 2단계로 나뉩니다. 게임의 메인 이벤트인 검투 경기와 그걸 치루기 전에 행하는 사전 행위들입니다. 사전 행위인 여러 단계들은 대개 음모나 아이템 경매, 그리고 검투경기의 주빈(Host) 정하기입니다.




경기의 주인이 정해지고 나면, 그 주인이 경기에 출전할 검투사를 지명합니다. 그 후에는 치열한 검투 경기가 벌어지지요. 전투 방식은 간단합니다. 공격, 방어, 이동의 총합이 체력이 되어 주사위를 줄여 나가는 방식입니다. 결과에 따라서 중상으로 끝날 수도 있고, 즉사할 수도 있지요. 물론 주인이 중상당한 검투사를 처형시킬 수도 있구요.





제가 생각하는 이 날의 메인 경기입니다. 빌리배트님의 스파르타쿠스와 제 테오클레스의 대결이지요. 결과는 예상 외로 테오클레스가 스파르타쿠스를 죽이면서 끝났습니다. 스파르타의 특수기능이 꽤 효과적이었고, 아이템도 좋았기에 질 줄 알았는데, 운좋게 이겼네요.





원래 게임은 종광님이 크게 앞서고 있었고, 제가 테오클레스의 선전을 바탕으로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장백거사님의 검투사도 테오클레스가 척살하였지요. 확실히 이동력은 좀 낮지만, 공격력과 방어력 수치가 모두 5인 건 꽤 좋은 것 같네요. 결국 막판의 역전극으로 게임은 제가 승리하였습니다. 하지만 종광님이 그 전에 챔피언을 차지하셔서, 하나도 승리한 기분은 안나더군요.





게임의 또 다른 재미는 검투 경기를 보고 돈을 거는 점인 것 같습니다. 참가하는 가문 외에 관전하는 가문들도 전투 결과에 돈을 걸고, 배당에 따라서 돈을 벌거나 잃기도 합니다. 검투사 양쪽의 승패 여부는 배당이 1:1이고, 중상이나 사망에 이르면 2:1로 늘어나지요.

확실히 규칙은 간단하면서도 테마가 잘 살아나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도 많아서 꽤 몰입도도 크구요. 다만 게임의 특성상 빈정상할 요소는 다분합니다. 잘 나가는 검투사를 독살할 수도 있고, 나쁜 소문을 퍼트려서 다른 가문의 명성을 깎아 버릴 수도 있지요. 게임을 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맘 상할 것은 각오하고 하셔야 합니다. 대신에 그 만큼의 재미는 확실하니, 이런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필구할 아이템인 것 같군요.


2013.1.26 Tzolk'in(촐킨) at 당정모임

 저번주에 반년 만에 당정 모임을 가게 되었지요. 거기서 맨 처음에 돌린 게임이 작년 에센 슈필 화제작 촐킨입니다. 꽤 많이 돌려지는 게임임에도 전 처음 돌려 봤네요. 종광님, 더프님, 뿌리님, 그리고 저 이렇게 4명이서 즐겼습니다. 




초기 세팅 사진입니다. 전 녹색을 잡고 시작했습니다. 처음 할 때에는 생각할 게 많아서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좀 오래 걸린 것 같네요. 설명까지 합해서 세 시간 정도 걸렸네요. 확실히 장고하는 플레이어랑 같이 하게 되면, 좀 힘들어요.




하지만 일꾼 배치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게도 느낌이 꽤 좋았습니다. 승점을 얻을 수 있는 길이 다채롭기도 하고, 톱니 바퀴 따라 돌아가는 시스템도 괜찮았네요. 하면서 은근히 앤티쿼티와 푸에르토 리코 생각이 나더군요. 확실히 촐킨, 촐킨 하는 이유가 있네요.





게임은 룰 설명하신 더프님의 1등으로 끝났습니다. 저는 이것 저것 많이 벌리다 보니, 수정해골만 많이 얻었네요. 건물로 가지 않는 이상은 신전 점수가 꽤 큰 것 같습니다. 뭐, 사실 게임 테마로만 따지면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마야 제국에서 종교를 게을리 했으니 말이죠.

전 개인적으로 키 플라워보다는 촐킨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딴지 요소도 적으면서 깊이를 잃지 않으니까요. 리처드 브리제 씨 작품은 아트웍이나 시스템은 참 좋은데, 그 딴지 요소만큼은 너무 힘들어요.. 다음 게임이 기대되는 작품이에요. 혹시 안해보셨다면 추천드립니다.


2013.1.18 Cave Evil(케이브 이블) 테스트 플레이 후기

(위 사진의 출처는 http://www.cave-evil.com이며
동 사진의 저작권은 Emperors of Eternal Evil社에 귀속됩니다.)
이번 달에 구입한 게임 중에 제일 관심가는 게임이 바로 이 케이브 이블입니다. 메이지 나이트와 비슷한 RPG 보드게임이면서도, 테마나 시스템에서 독립 출판사로써의 특색이 두드러지는 작품이죠. 그런데 제작사 홈페이지에서 퍼온 위 사진은 뭔가 섬뜩하면서도, 예전에 재미있게 본 영화를 떠올리게 하네요. 바로 쥬만지 말이죠. 뭔가 보드게임 주제에 상당한 힘을 가지고 현실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보입니다. 물론 쥬만지처럼 실제로 현상금 사냥꾼이 튀어나온 다든가, 코끼리가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이번에 새로 게임도 샀고, 룰도 어느 정도는 배웠기에 제대로 테스트 플레이를 돌려 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han79님과 연이 닿아 같이 게임을 즐겨 보기로 했습니다. 홍대 다다에서 2인플로 2판 정도 돌렸습니다. 위 사진은 첫 판 당시 사진인데요, 제가 회색이고 한79님이 진홍색입니다. 실제로 게임을 돌려 보니, 제목대로 동굴에서 상대를 해치우는 사악한 짓을 하는게 주 목적인 작품입니다. 동굴이 주요 배경이다 보니 굴착과 붕괴가 생각보다 상당히 중요하구요, 카드로 운용되는 크리쳐들도 기능이 상당히 사악한 것들이 많더군요.
실례로 위의 사진에서 저의 2번째 분대(회색 II마크)의 크리쳐 "흉칙한 동상"의 능력이 자신의 반경 1칸 이내로 일정한 크기 이하의 크리쳐들이 접근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보니, han79님의 본대인 네크로맨서 분대(진홍 N마크)가 발이 꽁꽁 묶였습니다. 사실 흉칙한 동상은 특수 능력 빼고는 일반적인 스탯이 형편 없는 녀석인데, 여기서는 쏠쏠히 잘 써먹었네요.

  좀 더 확대한 플레이 전경입니다. 본대를 포함해서 총 6개까지 분대를 거느리고 유기적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점은 고전 명작인 Titan과 매우 흡사합니다. 타이탄하면 옛날 New World Computing社의 명작 "Heroes of Might & Magic(이하 HOMM) 시리즈"의 원작으로 유명하지요. 다만 HOMM에 비해서 타이탄은 보드게임이다 보니, 전투가 너무 복잡하고 서바이벌 보드게임으로써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지요. 그런 점에서 케이브 이블은 타이탄과 HOMM에서의 강점들을 그대로 잘 차용한 것 같습니다. 일단 한 놈만 살아남는(Last man standing) 방식인 건 똑같지만, 시간 제한을 두어 어느 정도 길어지면 최종 보스가 등장하게 하여 게임의 긴박감을 늘렸습니다. 그리고 전투에 다양한 아이템과 마법, 특수 능력 등을 추가해서, 전투를 간결하면서도 다채롭게 만들었지요. 다만 여러 종족들이 나오는 HOMM에 비해서 이 게임은 오직 Necropolis 세력끼리 각축한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RPG 좋아하더라도, 이런 다~크한 테마가 별로인 분들에게는 좀 권해드리기가 힘들지요.



하지만 RPG 테마 좋아하시고 게임의 어두움에 개의치 않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드립니다. 특히 디센트 2판의 가벼움과 메이지 나이트의 둔중함 사이에서 갈등하시는 분들이라면 매우 좋겠지요. 이번 플레이에서 저는 초반에는 상당히 궁지에 몰렸다가 어느 정도 노림수가 들어 맞으면서 운좋게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게임에서 좀 많이 뒤쳐지더라도, 끝날 때까지 어느 정도 운과 특수능력, 전략 등이 전력의 열세를 충분히 뒤집어 줄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그런 점은 높이 살 만 합니다. 비록 테플이어서 붕괴나 몇 가지 상급 룰에서 에러를 범하고 말았지만, 꽤 재미있었습니다. 나중에 모임에서 4인 모아 놓고 돌려 보고 싶네요.


2013년 1월 소장 보드게임 목록입니다

 
(본 사진의 출처는 http://boardgamegeek.com에 있으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벌써 2013년이네요. 월별 소장목록을 쓸 때면,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나 싶네요. 작년 12월은 이래저래 씀씀이가 많은 달이라 별다른 구입을 못하고, 이번 달에 많이 구입했네요. 사실 선주문한 제품들도 좀 있기 때문에, 목록만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일 겁니다.

게다가 2개를 내보내고, 2개를 들였으니 명목 소유개수는 56개로 똑같구요.


(본 사진의 출처는 http://boardgamegeek.com에 있으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우선 Stefan Feld의 장미의 이름이 다른 분께 입양갔습니다. 수도원의 미스테리와는 다르게 원작자 움베르토 에코의 허락을 맡은 작품이라 분위기는 확실히 소설의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일러스트는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했는지, 도서관과 수도원이 박스 아트에서 잘 대비가 되네요. 탑 시크릿 스파이의 시스템과 원작의 테마를 잘 살린 작품이나, 이상하게 별로 즐겨보질 못했네요.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많이 즐기지 못하면, 소유욕도 떨어지나 봅니다. 더 즐기실 수 있는 분께 갔으니, 그래도 다행이네요.


(본 사진의 출처는 http://boardgamegeek.com에 있으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그 다음으로 슬러스(Sleuth) 社의 셜록 홈즈: 컨설팅 디텍티브도 갔습니다. 1985년 SDJ 수상작으로 유명하고, 추리게임 중 최고의 몰입도를 자랑하는 걸로 유명하지요. 다만 전에 얘기했던 천일야화처럼 언어로 인한 접근성 문제가 굉장히 심한 게임입니다. 애당초 글로만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인데, 다 영어로 기재되어 있으니까요. 심지어 국내에는 독어 판본 가지신 분들도 계시는데, 참 돌리기 힘든 게임인 것 같아요. 그리고 10개의 과제를 다 풀고 나면, 답을 알게 되기 때문에 이 게임에 있어 리플레이는 불가능합니다. 대신 그 만큼의 재미를 보장하는 작품입니다. 정말로 빅토리아 시대에 들어와서 홈즈와 같이 호흡하는 느낌이 드니까요. 작년에 이스타리社에서 재판이 나왔는데, 고풍스런 분위기는 초판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이 게임도 장미의 이름처럼 몇 번 돌리지 못한 관계로 저보다 더 이 게임이 필요하신 분께 보내드렸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금 해보고 싶네요.




이번에는 새로 구한 작품 얘기를 해볼까요. 먼저 에센 슈필2012 무렵에 재판 소식이 들려와 많은 보드게이머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정희권씨의 렉시오를 저도 이번에 구했습니다. 구판은 몇 번 해보았지만, 구입 시기를 놓쳐서 아쉬웠던 제품이지요.




많은 분들이 블랙 에디션을 선호하시는데, 전 개인적으로 흰색 버전이 더 맘에 들더군요. 물론 나중에 블랙 에디션이 나온다면, 그것도 구입할 것 같긴 합니다만... ㅎㅎ 렉시오야 워낙 유명한 제품이니 이 정도로 설명을 마쳐도 문제가 없겠네요.

  그리고 2번째 게임은 국내에 저 말고 이 게임을 가지신 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궁금한 녀석입니다. 사실 강호의 세계엔 숨은 고수와 은자분들이 많이 계신지라  저도 감히 이런 말은 함부로 안하는 편이지만, 이 게임은 진짜 궁금해요. 저도 이 게임을 구한 게, 게임을 알리고 룰북과 한글화 작업을 하신 장백거사님으로부터였으니까요. 무슨 게임인데 이렇게 서론이 기냐구요? 바로 Emperors of Eternal Evil(영원한 악의 황제들) 社의 2011년작 Cave Evil입니다. 우선 사진부터 보시죠.




 뭔가 포스의 다크 사이드가 느껴지시나요? 저도 맨 처음에 받고 나서 상당히 황당했었습니다. 무슨 게임이 박스에 게임 제목도 안써놓나 하고요. 근데 잘 보시면 좌상단에 써 있답니다. 이 게임과 흔히 비견되는 게 메이지 나이트인데요. 메이지 나이트는 그래도 위즈키드社에서 나왔기 때문에, 게임 시스템은 상당히 매니악하지만, 나름 보급이 많이 되었지요. 근데 케이브 이블은 개발사가 따로 출판사를 두지 않아서 가격도 좀 세고 풀린 물량도 별로 안됩니다. 그리고 인디게임 개발사다운 감성이 마구마구 느껴집니다. 전 헤비 메탈까지는 포용하려고 하지만, 데스 메탈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흑마술이나 네크로맨서도 그닥 애정이 가진 않구요. 근데 이 게임은 데스 메탈의 감성을 매우 풍기는 작품입니다. 애당초 게임이 이루어지는 공간도 납골당이나 지하굴이다 보니 게임 구성물이 모두 모노 톤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말 다크하죠?




  자세한 이야기는 추후 개봉기나 리뷰의 형식을 빌려서 연재할 생각입니다. 장백거사님 말씀처럼, 이렇게 좋은 게임은 따로 자리를 빌려서 소개하는 게 맞을 테니까요. 그리고 모임에서도 좀 돌려 보고, 후기도 올릴 생각이예요. 요즘 애정이 가는 녀석이다 보니 자주 써야 겠다는 의무감이 드네요. 그럼 다음달 소장 목록에서 봐요~


2013년 3월 29일 금요일

2012.11.17 Antiquity(앤티쿼티) 후기



 저번 주말에 3355모임에 가서 Antiquity(고대)를 돌렸습니다. 7월에 3355모임에서 돌린 적이 있으니 2번째네요. 코어 게이머를 위한 소량 생산과 그로 인한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Splotter Spellen社의 2004년도 작품입니다. 스플로터社는 보드게임 제작을 취미로 하는 데다가 중국 같은데에 OEM으로 안하고 자신들이 직접 제작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게임 구성물만 보고 핸드메이드 작품인 줄 알고 오해하는 경우가 참 많지요. 하지만 보드게임을 뭐 컴포만 보고 하나요? 저는 보드게임에 있어 테마와 그로 인한 몰입도, 메커니즘 등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앤티쿼티의 컴포가 별로다라는 생각은 전혀 안들더라구요. 실제로 게임의 테마가 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롱고바르드, 고트 족 등에 의해 황폐해진 이탈리아 반도 도시국가들의 생존과 번영을 다루고 있기에, 테마와 컴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구하기 힘들고, 잘 알려지지도 않은 작품인지라, 서설이 길었습니다.




 플레이어 참조표입니다. 피렌체의 제후 영향을 받아 테트리스 식으로 건물을 짓고 배치하는 형태입니다. 플레이어의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참조표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게임이 좀 복잡하고, 인터페이스도 불편하기 때문에 영문 참조표는 게임의 난이도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참조표는 직접 한글화하고 천출력했지요.




 3인 설정으로 맵 타일을 배치합니다. 맵 위에 올려져 있는 카운터들은 탐험 카운터로써 맵 배치와 더불어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운이 작용하는 요소입니다.





 그리고나서 게임 순서의 역순으로 도시를 배치하지요. 위에 있는 큰 카운터들이 플레이어의 도시를 상징하며, 게임 참조표 상의 도시 맵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번성했던 도시국가들로 보시면 됩니다. 피렌체나 베네치아, 밀라노 이런 식으로요. 개인적으로 도시 타일들을 실제로 있었던 도시국가의 문양으로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게임이 2턴 정도 진행되고 있는 장면입니다. 다른 일꾼배치 게임과는 다른 점이 한 지역에서 자원을 생산하게 되면, 바로 오염되어 버리기 때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한 다시는 자원을 뽑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지역 개발이라는 게 항상 환경 오염과 쓰레기 배출을 수반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현실적인 설정이지요. 근대에 상하수도망이 개발되기 전만 해도 분뇨처리가 도시 운영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었지요. 문화의 도시로 유명한 파리도 중세나 근대 초에는 거리에 말똥이 가득했더랍니다.





 게다가 오염만 플레이어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닙니다. 식량 문제도 이 게임의 중요한 화두지요. 멜더스의 인구론에서 나오는 것처럼, 시간이 갈수록 인구가 증가하며 그에 따라 계속 수요에 상응하는 식량을 비축해야 합니다. 안그러면 위에 보이듯이 도시에 점점 무덤이 쌓이게 됩니다. 또 하나 이 게임의 테마를 잘 보여주는 게 바로 성당입니다. 이 게임의 승리 조건은 성당을 짓고 나서야 비로소 주어집니다. 달리 말하면 성당을 짓기 전에는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는 거지요. 그리고 당대 배경에 기초해서 각 도시는 성당을 짓고 나면, 도시를 보호해 주시는 수호성인을 봉액해야 합니다. 실제로 로마는 성 베드로, 피렌체는 세례 요한, 베네치아는 성 마르코 등을 모셨는데요. 그처럼 플레이어는 성당을 통해서, 성 조지, 성 크리스토퍼, 성 니콜라스(우리가 잘 아는 성탄절 이브의 그 분!), 성녀 바르바라, 성모 마리아를 모시게 됩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성인의 특혜를 누리게 되구요.





 그래서 게임을 진행하면 할 수록, 우리의 도시국가 주변은 계속 황폐해지고...





 우리의 도시는 계속 무덤으로 채워지지요. 마치 14세기의 대흑사병을 겪고 난 것 같네요..




 실제로 이 때 같이 플레이한 한 사람은 2번째, 그리고 다른 분은 첫 경험이었는데 게임의 승리보다는 살아남는 게 우선일 정도로 힘들었을 것 같네요.
비록 중간에 로튼님이 가시는 바람에 40% 정도만 진행하고 마쳤지만, 아마 두 분 다 이제 어느 정도 숙지되었을 테니 다음에는 제대로 돌리고 싶네요.


2012년 11월 소장 보드게임 목록입니다.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이번 달 소장 목록은 색다르게 세팅해 보았습니다. 항상 알파벳 순으로 나열되던 보드게임들을 긱 순위별로 배치해 보았습니다. 원래 제 보드게임 중에서 가장 긱 순위가 높던 게임은 배틀스타 갤럭티카, 한니발, 앤티쿼티 순이었는데 많이 바뀌었네요. 무엇보다도 메이지 나이트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2011년 화제의 게임 이클립스와 메이지 나이트가 요즘 무섭게 치고 올라서 10위권 안에 들 정도라지요. 딱 8배수로 떨어지다 보니 56개의 소장 목록이 제대로 된 사각형 형태를 띄는 것 같습니다. 그럼 각설하고 이번 달 영입 품목들을 살펴 볼까요?




 먼저 딘코社의 Spice Merchant:스파이스 머천트(향료상인)가 새로 들어 왔습니다. 나보게 모임VS모임 대회에서 3등해서 수상받은 작품입니다. 액션RPS나 윈드런너도 괜찮은 게임임에 분명하지만, 저는 향료 상인을 골랐습니다. 무엇보다도 테마가 마음에 드니까요. 대항해시대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향신료가 주 테마로써 시장의 가격을 조정해서 가장 높은 이득을 얻는게 목적인 게임이지요. KBDA의 Gary님이 제작하셨기에 메커니즘도 보장되고 테마도 끌리다 보니 주저없이 선택했습니다. 물론 3355모임의 MT에서 시연해 봤기에 검증된 영입이라 하겠지요.




 다음은 Bonaparte at Marengo(마렝고의 보나파르트)입니다. Bowen Simmons가 홀로 제작, 아트웍, 배포 등을 전담하는 Simmons Games의 2005년도 작으로, 후속작 Napoleon's Triumph로 이어지는 나폴레옹 연작 시리즈의 물꼬를 튼 작품이지요. von Reiswitz 중령의 Kreigspeil을 본따서 전술 워게임계에 색다른 바람을 불러 일으켰으며, 황혼의 투쟁이나 1960:대통령 만들기, 1989 등의 전략 워게임 작가 Jason Matthews가 극찬을 한 게임으로 유명하지요. 제이슨 매튜스가 쓴 리뷰는 개인적으로 보드게임긱에서 본 리뷰들 중 손꼽히는 명문장이기에, 언젠가 번역해서 올려볼 생각입니다. 갑자기 치킨 마렝고가 먹고 싶어지는 작품이네요.




 마지막으로 Francis Tresham의 최신작 Revolution: The Dutch Revolt 1568-1648(혁명: 네덜란드 반란 1568년에서 1648년까지)을 구매했습니다. 2004년작인데 최신작이라니까 뭔가 잘못된 표현 같지만, 사실이 그러합니다. 최근에 1829나 1825 추가 킷을 내놓긴 했지만, 제작사를 통해서 내놓은 건 이게 마지막 작품이니까요. 트레샴 옹이야 문명이나 1830, 1853 등 워낙 굵직굵직한 게임들을 내놓으셨기에, 꽤 돌리기가 겁나는 게임임에도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네요. 최소 4시간에서 8시간 정도 소요되는 게임인지라, 과연 이 게임을 배우고 돌릴 수 있을까가 상당히 겁나는 게임입니다. 그래도 보드게임계에 숨은 고수분들이 많으니 언젠가는 배우고 즐길 수 있으리라 희망합니다.



2012년 10월 소장 보드게임 목록입니다.



이번 10월 소장목록입니다. 별로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단지 나가고 들어 온 게 몇 개 있는 정도지요.


(본 사진의 출처는 http://mdoyle2.blogspot.com/이며 저작권은 QWG에 귀속됩니다.)


  우선 QWG의 2007년 작 엘 카피탄이 나갔습니다. 사실 제가 보드게임 수집의 길에 들어선 게 바로 이 작품의 아트웍을 맡은 Mike Doyle때문이었지요. 맨 처음 접한 게 모던 아트 브라질 에디션이었는데, 허접한 메이페어판에 비해 화려한 아트웍에 매료되었지요. 그 이후, 밸리게임즈의 타이탄이나 한니발, 그리고 QWG의 엘 카피탄, 카붐까지 구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한니발이나 카붐에 비해 엘 카피탄은 좀 게임이 단순합니다. 그리고 그에 비해 아트웍은 화려하고 세련되어 좀 아깝다 싶을 정도지요. 저도 플레이할 때는 몰랐는데, 팔기 전에 컴포 확인하다 보니 카드의 그림이 지중해 각 도시를 상징한다는 걸 알았을 정도니까요. 아무튼 그런 이유로 엘 카피탄은 처분했습니다.

좀 모으다 보니 이제 돌릴 게임은 계속 소장하게 되지만, 플레이가 안되는 게임은 팔 수 밖에 없게 되네요.  그리고 이번에 보드피아에서 입고된 그리폰 게임즈의 경매게임 턱박스 버전을 2게임 구매했습니다. 바로 저번 을왕리 MT 때, 즐겼던 포 세일과 하이 소사이어티입니다. 제가 자주 가는 3355 모임의 우하하맨님이 가지고 왔던 것 같네요. 하이 소사이어티야 경매의 대가 크니지아 박사의 작품이니 말 할 필요도 없고, 포 세일 역시 꽤 괜찮은 경매 게임 같습니다. 진짜 부동산 업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더군요.

이제 에센 슈필 2012도 곧 시작되겠네요. 이번 슈필에도 괜찮은 게임들이 많이 나와서, 소장 목록이 부쩍 늘었으면 좋겠네요.


보드게임 후계자들(Successors)로 보는 알렉산더 사후 헬레니즘 세계 prologue편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일전에 보드게임 테마를 역사로 구분해 본 적이 있죠. 그 때 잠깐 워게임을 소개했는데, 다시 한 번 둘러 보겠습니다. 워게임 하면 크게 시기가 5개의 시대로 나뉩니다. 고대(스파르타부터 로마 제국까지), 중세(종교개혁부터 30년 전쟁까지), 근대(미국 독립전쟁부터 나폴레옹 전쟁까지), 세계대전(대개 보불전쟁 이후 2차대전까지), 현대전(냉전시기부터 현대까지, 예를 들어 황혼의 투쟁부터 안데스의 심연이나 라비린스까지)로 말이죠. 더 노골적으로 분석하면 고대는 거의 로마제국, 중세는 HIS나 Virgin Queen, 근대는 나폴레옹, 세계대전은 거의 추축국과 연합국의 경쟁, 현대는 냉전이 대세지요.

 그런데 고대 시대에서 보드게임 테마로 나름 괜찮은 시대가 있습니다. 바로 알렉산드로스 대왕 급서 이후의 헬레니즘 세계지요. 이 시기의 전쟁으로 인해 로마 제국이나 카르타고가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봐야지요. 왜냐하면 1차 포에니 전쟁만 보더라도 알렉산드로스 서거 후 잃어버린 지중해의 패권이 주요 쟁점이기 때문입니다. 니아르코스 등 알렉산드로스 시기의 강력해진 해군만 보더라도 마케도니아 제국이 건재했더라면, 이들 소국들이 패권을 잡기는 힘들었겠지요.

 사서에서는 이 시기를 디아도코이 전쟁(Diadochi wars:영어로는 Successors wars, 우리말로는 후계자들 전쟁)이라고 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조 이집트나 셀레우코스 제국, 마케도니아 왕국 등이 다 이 시기에 생겨납니다. 이와아키 히토시의 명작 <히스토리에>가 다루고 있는 시기가 바로 이 때인데, 여기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알렉산드로스의 적자 알렉산드로스 4세나 서자 헤라클레스, 그리고 저능아 필리포스 3세를 옹위하려는 여러 장수들의 야합과 음모가 참 재밌습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적통을 지키려는 페르디카스와 충직한 에우메네스, 필리포스 아리다이오스를 옹립하려는 안티파트로스와 폴리페르콘, 그리고 독자적인 할거를 노리는 프톨레마이오스와 셀레우코스 등 다인용 워게임으로 최적의 시대지요.

 게다가 후계자들은 한니발:로마 대 카르타고의 작가인 마크 시모니치와 리차드 버그의 합작이다 보니, 황투, 한니발과 더불어 최적의 카드 드리븐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콩이님 덕분에 한글화도 되었으니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지요. 그래서 역사적으로 복합적인 이 디아도코이 전쟁 시기를 후계자들의 배경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보드게임 모임에 후계자들이 좀 더 많이 돌아가길 바라면서요. 그럼 다음 연재 때 본격적으로 후계자들 전쟁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차근차근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3년 3월 28일 목요일

색다르게 보는 보드게임 장르

Game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보드게임을 접하기 전만 해도 게임하면 삼국지나 C&C, 발더스 게이트가 연상되네요. 그리고 요즘 PC나 콘솔게임하면 역시 스카이림, 위닝일레븐, 컬드셉트 등이 떠오르구요. 하지만 분명한 건 게임의 연원을 보면 보드게임이 PC나 콘솔게임보다 훨씬 역사가 길다는 겁니다. 뭐, 좀 다른 분류지만 RPG장르만 해도 TRPG D&D에서 왔고요. 간디와 옥수수로 연상되는 문명 역시 원래는 트레샴 옹의 보드게임을 시드마이어가 PC게임으로 만든 거지요. 그래서 저는 문명 보드게임하면 시드마이어의 문명보다는 트레샴 옹이 생각나더군요.

서론이 길었네요. 굳이 다 아시는 사실을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한번 PC나 콘솔게임의 장르로 보드게임을 나누어보자는 발칙한 생각 때문입니다. 사실 보드게임을 먼저 접하신 보드게이머분들께는 좀 황당한 발상이겠지만, 전 8,90년대 PC게임으로 게임을 배운 세대인지라 요렇게 분류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그럼 가장 대중적인 장르 구별로 ACT, RPG, SIM, Adventure, Puzzle 등으로 구별해 보죠.

1. Action


(본 사진의 출처는 theland10.deviantart.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보통 액션이라 함은 게임 상에 자신이 조종할 수 있는 캐릭터가 존재합니다. 1인칭이든, 3인칭이든, 혹은 횡스크롤이든 FPS건 간에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와 조작에서 느끼는 액션성이야말로 액션 장르 게임의 강점입니다. 특히 대전액션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조작감은 다른 장르에서 찾아보기 힘들지요.

그런데... 보드게임이라는 특성상 이 장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선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라 봤자 RPG게임이나 협력게임에 컴포로 존재하는 피겨일텐데요. 이 피겨를 이동시키거나, 카드를 통해 전투를 한다고 해도 거기서 조작감을 얻을 수는 없지요. 혹여 가까운 미래에 3D 입체영상으로 워게임이나 RPG게임에 액션성과 조작감을 부여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동안 보드게임의 역사를 통해 PC나 콘솔의ACT 장르에 맞는 게임은 없다고 봐야겠지요.

2. Role-playing

 다음으로 RPG 장르를 보겠습니다. 상술했듯이 이 장르는 TRPG가 선조격이고 그렇기 때문에 보드게임이나 PC, 콘솔게임이 자손인 셈이지요. 그래서 초창기 RPG 장르의 보드게임은 판타지 세계를 보드게임 상에 구현하는 데 D&D의 도움을 많이 빌렸습니다. 초창기 이 장르 게임들의 대표격으로 Magic Realm(1976)을 들 수 있지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역시 GW에서 나온 Talisman(1983)을 들 수 있겠지요. 그 외에도 D&D시리즈로 나온 야사달론, 캐슬 레이븐로프트 등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유행을 끄는 류로는 메이지 나이트(2011)와 디센트:어둠 속의 여행(2005)가 있지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근데 재밌는 사실은 우리가 흔히 협력 게임으로 알고 있는 부류 역시 RPG 장르에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사실 주어진 역할을 맡는다는 본래 뜻 그대로라면 이상할 게 하나도 없지만, 왠지 느낌이 묘하네요. 즉, 배틀스타 갤럭티카(2008)나 카멜롯의 그림자(2005), 그리고 아캄호러(2005) 등도 역시 이 장르에 편입된다는 이야기지요. 게다가 긱에서 보니 캐쉬n건즈(2005) 역시 롤플레잉 장르에 들어가더군요. 거기다가 더 복잡한 사연도 이야기할 게 많지만, 뒤에서 언급하겠습니다. 아무튼 RPG 장르는 보드게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점점 진화하고 있구요. RPG에 덱빌딩 시스템을 결합한 메이지 나이트란 게임만 봐도 잘 알 수 있는 사실이죠.

3. Simulation

 사실,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보드게임이 이 장르로 귀속됩니다. 시뮬레이션 장르가 크게 3인칭 관리형 시뮬레이션과 1인칭 체험형 시뮬레이션으로 나뉜다고 볼 때, 보드게임들은 대개 전자에 속하겠지요. 그리고 과감하게 보드게임 시뮬레이션 장르를 나눈다면, 역시 전략적인 경영 시뮬레이션과 오직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구분됩니다. 사실 모든 경영게임이나 일꾼 놓기 메커니즘은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에 단선적인 구분은 필요 없겠지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그럼에도 굳이 전략 시뮬레이션을 따로 나눈 이유는 바로 전략 시뮬레이션이 보드게임 내에서 탄탄한 장르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워게임이란 이름으로 말이죠. 실제로 모 외국 포털 사이트의 경우 아예 보드게임과 워게임을 구분해 놓을 정도더군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사실 일꾼놓기라는 메커니즘만 해도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인지라, 이렇게 단선적으로 시뮬레이션 장르를 나누는게 합당한 방법일 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글 자체의 목적이 PC나 콘솔 게임의 장르로 보드게임을 구분해 보자는 것이였기 때문에, 양해 바랍니다. 그리고 경영 시뮬 중에서도 특징적인 경매 시스템이나 남자의 로망인 철도 테마 등을 지면 관계상 다루지 못한 것도 좀 아쉽군요. 뭐, 그 점은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뤄보겠습니다.

4. Adventure

 이 장르는 보드게임으로 표현할 때 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상당 부분이 앞서 말한 RPG 장르와 혼용되기 때문이죠. 우선 독자들의 혼란을 막고자 보드게임에서 어드벤쳐라는 장르를 잘 구현한 게임이 뭔지부터 나열해 보겠습니다. 대표적으로 1985년 SDJ 수상작인 Sherlock Holmes Consulting Detective(1981)를 들 수 있습니다. 홈즈를 돕는 베이커 거리 비정규직들(Bakerstreet Irregulars:동네 꼬마들 중 홈즈가 도움이 될만한 아이들을 추려 꾸민 청소년 탐정단 정도로 보면 됩니다. ㅎㅎ)이 되어 홈즈에게 찾아 온 의뢰를 같이 풀어나가는 게임입니다. 물론 나중에 홈즈의 추리와 비교해서 승자를 확인합니다. 꼭 고전 추리 어드벤처 게임인 분노의 총성이나 탐정 진구지 사부로 혹은 레이튼 탐정 시리즈가 떠오르지 않나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그리고 추리 어드벤처 말고도 스토리 텔링을 기반으로 하는 어드벤처 게임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Tales of Arabian Nights(1985)가 있습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주요인물들, 신밧드나 알리바바, 알라딘 등이 되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지역 등을 모험하는 게임입니다. 스토리 텔링 게임답게 방대한 양의 시나리오 북과 선택지가 존재하지요. 언어의 문제만 없다면 옛 어드벤처 게임의 향수를 품은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게임이지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그 외에도 딕싯을 만든 리벨루드에서 나온 Fabula(2010)이나 내년 발매 예정인 Story Realms(2013) 등이 대표적인 스토리 텔링 게임에 들어갑니다.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그러면 아까 못한 얘기를 마저 할까요? 제가 상술한 모든 어드벤처 장르의 보드게임들은 또한 RPG의 요소를 일부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각자 주어진 역할을 가지고 플레이한다는 점에서 그러한데요. 실제로 아라비안 나이트 게임의 경우, RPG로도 즐기는 시나리오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넓게 볼 경우, 카멜롯의 그림자나 배틀스타 갤럭티카 역시 어드벤처 게임의 범주에 넣을 수도 있지요. 반대로 제가 상술한 어드벤처 게임들을 RPG범주로 넣거나요.

다만 전 PC나 콘솔 어드벤처 게임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요소와 다양한 선택지를 강조해서 스토리 텔링 시스템을 가진 보드게임들을 어드벤처 장르에 넣을 생각입니다. 다양한 선택의 자유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야 말로 우리가 어드벤처 게임을 하는 이유 아니겠어요?

5. Puzzle

 퍼즐게임하면 딱 테트리스나 뿌요뿌요가 생각나네요. 취향이 옛날이라 그런지, 요즘 같으면 애니팡! 그러겠지요. 사실 제가 말한 게임들에서 보이듯이 퍼즐게임하면 낙하계 퍼즐(화면 상단에서 떨어지는 기물을 일정한 조건에 맞춰서 조작하며 제거하는 게임)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퍼즐게임의 정의는 생각보다 광범합니다. 원래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어려운 문제라는 원 뜻 상 퍼즐게임은 브레인 버닝 게임이 되기 쉽지요. 그런 면에서 보드게임의 퍼즐 장르는 먼저 GIPF 시리즈를 논해야 겠지요.


(위 사진의 출처는 boardgamegeek.com이며 저작권 역시 동 사이트에 귀속됩니다.)

 또한 Blokus(2000)나 Quoridor(1997)가 있지요. 그러고 보니 모두 추상전략 게임이네요. 사실 퍼즐이라는 단어에서 보이듯이 퍼즐 장르는 그다지 제한이 없습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게임 특성상 변수가 거의 없거나 드물며, 실력 차이가 확연히 나는 게임들이지요. 그렇게 볼 때 넓게 보자면 장기나 체스, 바둑, 그리고 하이브 같은 게임들도 들어갈 겁니다. 생각해 보니 퍼즐 장르 역시 보드게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엔 분명하군요.

 이렇게 해서 ACT, RPG, SIM, ADV, Puzzle 장르를 통해서 보드게임을 분류해 보았습니다. 물론 지면 관계상 스포츠라든가, 리듬 액션 등 다른 장르는 생략했는데요. 사실 그런 장르의 게임들도 있기는 하겠지만, 지명도 면에서 상술한 게임들과는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긱에서 soccer라고 게임 이름을 검색해 봐도 2페이지 넘게 뜹니다. 대개 테이블 사커류 게임이나 아니면 축구 전술 게임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위에서 본 보드게임의 네 장르(롤플레잉,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퍼즐)와 비교해 보면 새 발의 피 정도겠지요. 그럼 다시 정리해 보면 이렇게 되겠지요. 보드게임 장르 : 시뮬레이션>> 롤플레잉 >퍼즐>>>>>>>어드벤처 뭐, 이런 식일까요? 아무튼 재미로 해 본 분류이니 너무 심각한 반응은 사양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