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7일 수요일

2013.5.28. Mage Knight(메이지 나이트) at 이태원 하이힐

볼케어 장군과 잃어버린 군대의 귀환.. 과연 그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몬스터 팩토리]를 즐긴 다음에는 han79님과 함께 [Mage Knight : The Lost Legion(메이지 나이트 : 잃어버린 군단)]을 했습니다. 2013년 1월 당정모임에서 4라운드까지만 돌리다가 말았는데, 이 날은 시나리오를 클리어했습니다. 제가 울프호크를 맡았고, han79님이 아리테아를 맡으셨죠.


아직까진 도시가 공개되지 않아 볼케어가 잠잠하지만, 확장 몬스터들만 해도 만만치 않네요.

 RPG게임 치고는 덱 빌딩 시스템 덕분에 룰이 비교적 깔끔한 편이지만, [메이지 나이트]는 그래도 설명하기 꽤 어려운 축에 속하는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블라다 크바틸 게임은 거의 다 사랑해 마지 않지만, 그래도 다들 설명하기 어려워 골치가 아프지요. 그래서 크바틸 게임은 제가 설명하면서 진행하면 이기기가 꽤 힘들더라구요. 다행히 이 날은 han79님이나 저나 룰 숙지는 다 되어 있어서 세팅 면에서는 쾌적하게 진행했습니다. 게임 진행 면에서는 글쎄요... 원래 메나에서 수월함을 기대하긴 어려운 일이지요.


적당히 마법도 배우고 레벨도 올려서, 유적만 먹으면 볼케어랑 싸워 보려고 합니다.

  볼케어를 어떻게 쓰러트릴 지가 고민이었는데, han79님이 좋은 방안을 제시하시더군요. 일단 초반에 타일을 계속 공개해서 엘리트 유닛이 최대한 빨리 나오게 한 다음에, 엘리트 유닛과 마법으로 무장해서 볼케어를 협공하자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도시 타일이 공개되면, 볼케어가 순식간에 그 도시를 점령해서 패배할 것이 뻔하므로 도시 타일이 나오기 전에 볼케어를 쓰러트리기로 했습니다.


볼케어, 물리쳤다!

 han79님의 전략이 주효해서 볼케어를 쓰러트렸습니다. 물론 1번에 쓰러트린 건 아니구요. 왜냐하면 볼케어의 수하들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죠. 우선 첫번째 공격에서 부하의 반수를 격퇴한 후 퇴각했다가 다음 턴에 다시 공격해서 쓰러트렸습니다. 근데 이 과정에서 상처카드를 엄청 많이 받았습니다. [메이지 나이트] 본판 하면서도 많이 받아야 3~4장 정도이던 상처카드를 30~40장 받았으니까요. 근데 시나리오를 깨려면, 그렇게 받을 수밖에 없더라구요.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지막 남은 핸드만 봐도 잘 알 수 있지요. 핸드만 보여서 그렇지만, 밑에 유닛들도 아마 다 상처투성이일 겁니다. 그래도 처음으로 볼케어를 잡아서 기분이 좋네요. 울프호크는 처음 써보았는데, 아직까진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동이 어려운 게임 특성상 꽤 쏠쏠하게 써먹은 것 같습니다. 물론 han79님의 아리테아가 없었으면 승리는 불가능했겠죠. 이번 게임에서도 아리테아는 아주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자랑했습니다.


메나를 좋아하신다면, 이 확장은 반드시 구하십시오!

 전 확장판이 나오면 무조건 구하곤 하는데요, 사실 확장판이 더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비싸서 좀 귀찮긴 합니다. 그래도 이번 확장은 확실히 구한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메이지 나이트]를 이렇게 훌륭한 협력게임으로 변모시켜 주다니 말이지요. 특히 이 확장은 어느 정도 숙련이 되어서 본판이 쉽다고 느껴지시는 분들께 권할만 합니다. 본판과는 달리 저도 상처카드를 엄청 많이 받았거니와, 볼케어가 다가올 때의 두근거림은 게임이 끝났어도 여전히 여운이 남더군요.  han79님과의 [메이지 나이트] 플레이도 꽤나 즐거웠구요. 역시 메나는 해본 사람들과 해야 더 재미가 나는 것 같습니다.


2013.5.28. Monster Factory(몬스터 팩토리) at 이태원 하이힐

가볍게 갈 수 있는 게임, [몬스터 팩토리]

이태원 하이힐에 간 지도 벌써 2년이 되었네요. 2년도 지난 마당에 후기를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서라도 없는 기억을 짜내서 후기를 남겨 봅니다. 과연 기억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하이힐에 처음 가서 돌린 게임은 바로 [Monster Factory(몬스터 팩토리)]입니다.  도널드 바카리노의 2012년작인 이 게임은 간단히 즐길 수 있는 파티 게임입니다. 룰은 간단합니다.



꺼낸 타일을 내 괴물에 붙일 것인가, 아니면 상대방 괴물에 붙일 것인가? 그것이 문제네요.

중앙에 엎어놓은 타일 중 하나를 까서 자신의 괴물 타일에 더하든지, 아니면 상대방 괴물 타일에 부착하면 되는데요. 나중에 타일이 다 떨어지고 나서 괴물을 보다 잘 완성한 사람이 점수를 먹고 이기는 게임입니다. 계속 가져다 붙여서 큰 괴물을 만들 것인지, 작은 여러 종의 괴물을 만들 것인지가 주 전략의 방향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게 눈 타일인데요, 아쉽게도 제가 키우고 있는 정면의 괴물은 눈이 없어서 아직까진 점수가 없네요.


High Risk, High Return이라던데, 전 꽝이네요.

마지막까지 딱 맞는 눈 타일이 나와서 일발역전을 바랐지만, 결국 눈 타일이 나오지 않아서 꼴등을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점수에 상관없이 가벼우면서도 즐겁게 할 수 있는게 파티게임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비교적 무거운 게임들을 좋아하는 게 기호에 맞지만, 가끔은 이런 파티게임을 중간중간 돌려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2015년 4월 28일 화요일

2015.4.26. Dead of Winter: A Crossroad Game(데드오브윈터: 교차로게임) at 김포모임

요즘 가장 뜨거운 게임인 데드오브윈터


 [바이슨]까지 돌리고 나니 카페가 문닫을 시간이라 반야님 댁에 가서 [Dead of Winter: A Crossroad Game(데드오브윈터: 교차로게임)]를 돌리기로 했습니다. 협력게임을 아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굵직한 협력게임들은 몇 가지 샀던 기억이 나네요. [배틀스타 갈락티카]는 확장까지 모두 구했고 [카멜롯에 드리운 그림자]도 확장에다 도색 피규어까지 구했었죠. 가장 최근에는 보드피아에서 펀딩한 [로빈슨크루소]도 구하고 클레이 미플도 따로 주문했지요. [데드오브윈터]도 일단 좀비 테마의 협력게임이라는 점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동했었나 봐요.

이 게임의 가장 특기할 만한 요소라면 바로 저 교차로 카드를 들겠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정식명칭에는 부제가 하나 붙습니다. "교차로 게임"이란 말이죠.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각 플레이어가 자신의 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의 우측에 위치한 사람이 이 교차로 카드를 읽고 그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교차로 카드는 특정 조건이 맞아야만 발동되긴 하지만요. 이런 점은 한번도 해보진 않았지만, [천일야화]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습니다. [천일야화]도 특정 지역에서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현재 진행하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서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오곤 하거든요. 그러면서 각각의 선택이 어느새 서사를 이루게 되는 거죠. [데드오브윈터]에서는 선택에 따른 결과도 선택 당시 알 수 있긴 하지만,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맡은 그룹입니다, 여자 변호사와 남자 청소부네요.


 이 게임은 시나리오에 따른 주 목적이 있고 각 플레이어가 달성해야만 하는 비밀 목적이 있습니다. 개중 배신자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요소라서 목적 달성 못지않게 배신자 색출에도 주력해야만 합니다. 제가 맡은 그룹의 캐릭터는 리더인 애나리 챈(Annaleigh Chan) 변호사와 부하인 브랜든 케인(Brandon Kane) 청소부입니다. 둘 다 영향력은 낮지만 기본 전투능력이 좋아서 선택했습니다. 특수능력보다는 기본능력을 중시한 선택이지요.

리더인 애나리 챈은 변호사답게 상대방의 정체를 추궁할 수 있는 특수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여담이지만 이 게임은 정말 한글화가 필수인 게임입니다. 캐릭터 카드나 개인 참조표도 그러하지만, 교차로 카드는 꽤나 장문이라 몰입감을 방해할 수 있겠더군요. 사실 [천일야화]도 그런 점때문에 아직 한번도 돌려보질 못하고 있지요. 보드피아에서 한글판 펀딩을 내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코보게의 한글화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싸늘하기 그지없는 北國에서 벌이는 좀비들과의 사투, 가만 이거 어디서 보던 건데?


 저는 [데드오브윈터]에 관한 소식을 보드게임긱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든 생각이 그거였습니다. "이거 꼭 '30days of night' 같잖아?" 비록 뱀파이어가 좀비로 치환되긴 했지만, 엄혹한 생존의 환경 속에서 좀비까지 들이닥치는 설상가상의 상황이 꼭 그 영화 같았거든요. 이번에 나온 시나리오 카드가 식량을 비축하고 버티는 내용이라 더 몰입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도 30일 밤낮을 버텨야 하니까요.

좀비들이 끊임없이 닥치고, 부양해야 할 가족들도 넘쳐나는 상황! 빨리 밥벌러 나가야지요..


 그런데 그 버티기마저도 녹록치 않습니다. 우선 시나리오 초기설정에 따라 부양가족을 여섯 달고 시작하기 때문에 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식량을 찾아다 공급해주어야 하니까요. 물론 식량이라고 해봤자 이런 재난상황에서는 통조림밖에 없지요. 괴혈병이나 걸리지 않을까 염려되긴 하지만, 좀비가 창궐하는 마당에 뭘 더 신경쓸까요?


다행히 이번 게임은 무사히 5라운드를 마치면서 승리로 끝을 맺었습니다.


 다행히 반야님과 심군님, 저 모두 배신자 카드를 뽑지 않았고, 서로 나름 협력해가며 싸웠기 때문에 주 목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제 개인 미션은 건강염려증 환자답게 약품 등 건강관련 카드를 2장 이상 쥐고 끝내는 것이었습니다. 심군님은 모든 캐릭터에게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막판에 무기에 대한 탐욕이 엄청났습니다. 반면에 반야님은 모든 종류의 카드를 손에 쥐는 것이었는데, 심군님이 무기를 다 싹쓸이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약품은 있지만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는 게 상당히 아이러니하더군요.


 [데드오브윈터]는 간만에 해본 협력게임인데, 꽤나 재밌었습니다. 교차로 카드는 이 삭막한 좀비테마의 게임에 이야기를 불어넣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 카드와 구성물들은 이 게임의 테마를 더욱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좀비사이드]처럼 플라스틱 피규어였으면 더 좋았을 아쉬움도 있으니까요. 왠지 나중에 5주년판, 혹은 기념판의 형식을 빌려서 피규어를 추가한 합본판이 나올 것 같은 두려운 예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간 킥스타터 형식의 크라우드 펀딩이 종종 그런 행보를 보여 왔으니까요. 아무튼 전 피규어고 뭐고 간에 한글판만 내주면 좋겠습니다. 물론 [로빈슨크루소]도 협력게임이니 쉽진 않을 겁니다.


2015년 4월 27일 월요일

2015.4.25. Bison(바이슨) at 김포 Ben Venuto

K&K 콤비의 숨은 명작, [바이슨]


 Wolfgang Kramer(볼프강 크레이머)와 Michael Kiesling(미카엘 키슬링) 콤비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다양한 명작들을 내왔고, 지금도 내오고 있습니다. [노티커스]나 [콜 바론], [카라라의 궁전] 등 최신 게임부터 [토레스], [자바] 등 명작들이 이 콤비의 합작품입니다. 
[Bison(바이슨)]도 이 콤비의 숨은 명작이라고 칭할 만한 게임입니다. 그래서 김포 모임에 오면 꼭 돌리는 게임 중 하나지요. 적은 양의 구성물로도 훌륭한 게임성을 만들어가는 점은 꼭 [글렌 모어]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아이다호의 아메리카 원주민, 겨울을 나기 위한 먹거리를 찾아야 하지.


 전에도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다시피,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아메리카 원주민의 테마를 취하고 있습니다. 아이다호 인근의 네즈 퍼스(Nez Perce)라는 종족의 수렵생활을 그리고 있는데요. 보통 "인디언"이라는 오명과 함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왜곡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걸 보자면, [바이슨]은 그래도 균형적인 시각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을 그려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웨스턴 타운]도 훌륭한 상호작용과 테마에 걸맞는 게임성으로 참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거기 그려진 원주민의 이미지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거든요.

네즈 퍼스族의 안전한 겨울을 위하여 애쓰는 Yellow Clan(제 혈족)


 K&K 콤비 특유의 AP 시스템을 버무린 이 게임은 60분 정도의 플레이 타임 안에 플레이어 간 눈치보기와 경쟁을 매우 활발하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저(노란색)와 심군님(붉은색) 간에 대치가 활발히 이루어지다가, 갑자기 반야님(녹색)과 심군님의 싸움으로 전화되었기에 저는 제 영지 안에서 안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요.

마지막에 다시 불붙은 사냥감 쟁탈전, 과연 최후의 승자는?


 이 게임은 인원 수에 따라서 게임 턴의 수가 달라지는데, 마지막 턴에는 누적 점수 없이 최종 수확물의 다소에 따라서 승자가 정해집니다. 막판에 결정적인 한방을 통해서 일발역전을 가능하게 만든 거지요. 이를 통해서 짧은 시간이지만,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하더군요. 이 게임도 [빅 시티]처럼 초중반에는 제가 잘 나가다가 끝에서 미끄러졌습니다. 심군님과 저의 영향력 싸움으로 인해서 반야님이 어부지리로 1등을 차지하셨지요. 하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돌리고 싶은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했으니 더 바랄 나윈 없겠습니다.


2015.4.25. Splendor(스플렌더) at 김포 Ben Venuto

칩이 적당히 묵직해서 은근히 모으는 재미가 쏠쏠한 듯..


 두번째로 돌린 게임은 보석 칩이 인상적인 게임 [Splendor(스플렌더)]입니다. 이번에는 카페 사장님까지 합류해서 4인플로 2번 돌렸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는데다가 룰도 쉬우니 2번 거푸 돌려도 별 무리는 없더군요. 이 게임도 2번 다 심군님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적당히 초기 보석타일들 먹으면서 점수를 15점까지 끌어올려야 하는데, 쉽진 않습니다.


이 게임은 돌리면서 느낌이 은근히 고스톱이랑 비슷하더군요. 물론 [스플렌더]의 전략성을 감히 고스톱에 비유하는 데 대하여 발끈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앞에서 내가 먹고 싶은 타일들 딱딱 끊어가니까 데자부(Deja vu)를 금할 수 없더군요. [빅 시티]랑 달리 하고 싶은 게 계속 막히니까 좀 답답해져서 더 안풀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돌려보고 싶은 게임임은 분명합니다.


 비록 이 게임의 첫 느낌은 별로였지만, 다음에는 더 재밌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은 드는 게임입니다. 사실 모든 보드게임이 거진 다 그렇겠지만, 처음의 느낌이나 경험만으로 재미를 단정짓는 건 성급하고 위험한 일이니까요. [컨테이너]나 [빅 시티],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3] 등 많은 게임들이 처음에는 별로였지만, 충분히 재밌다고 느낄 여지가 있거든요. [스플렌더]도 그런 게임 같고 또 그러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2015.4.25. Big City(빅시티) at 김포 Ben Venuto

90년대 게임답게 플라스틱으로 된 구성물을 아끼지 않고 쓰는 게임, 빅 시티


 딱 2년만에 다시 김포모임을 가지고 후기를 올려봅니다. 맨 처음 돌리는 게임은 이번에 구한 [Big City(빅시티)]입니다. 저번 강서구 모임에서 돌렸던 [컨테이너]의 작가 Franz Benno-Delonge(프란츠 베노 델롱게)의 작품이지요. 1999년도 작품인데, 이 때만 해도 플라스틱 컴포가 풍성한 게임들이 자주 나오곤 했지요. [어콰이어]나 [스타워즈:에픽듀얼] 등등 지금은 구하기 힘든 게임들을 쉽게 구하던 시절이죠. 저도 보드게임을 조금 늦게 접하는 바람에 그런 게임들을 힘들게 구했던 기억이 납니다. 잡설은 이쯤 하고 게임 설명부터 들어가죠.

도시개발업자가 되어서 도시도 만들고 돈도 벌고,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고~


 이 게임의 목표는 도시에 여러 종류의 건물을 지으면서 거기에 해당하는 개발 점수를 획득하여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건물을 짓더라도 주변환경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게 특징이라, 여러모로 주변을 잘 살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진에서 보이는 주택가(빨간 건물)는 교외에 지어야 승점이 1점 더 추가된다든가, 공원 옆에 짓거나 Tram 옆에 지으면 추가점수가 발생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건물을 지을려면, 1부터 8까지 해당하는 지역구의 카드를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손에 알맞은 패를 모으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양한 건물들, 도색했더라면 더 아름다웠을 텐데


 [빅시티]에는 다양한 건물들이 존재합니다. 우측에 보이는 붉은색 건물들은 주택가이고 노란색 건물들은 상가들인데요, 각각 주택지구와 상업지구를 상징하며 기본적으로 건설가능한 건물들입니다. 그에 반해 짙은 회색이나 연회색 건물들은 특수건물로서 시청을 건설하고 나서 지을 수 있는데, 거기에도 특수조건이 붙습니다. 특히 맨 앞에 보이는 짙은 회색의 2줄 짜리 건물은 쇼핑몰인데, 짓기 위해선 주택가와 상가에 인접해야 하고 Tram와 특수건물과 접해 있어야만 합니다. 조건이 많은 대신에 한 번 지으면 30점을 얻지요. 꽤 큰 점수인데 그만큼 건설하기 쉽지 않지요.

게임이 진행될 수록 도시의 윤곽이 잡히는 게 꼭 PC게임 심시티 같네요


 사진상으로 보이는 은색 막대기 같은 게 바로 Tram입니다. 한자로는 路面電車(노면전차)라고 하는데, 일본식 조어라 그냥 일상 용어인 트램으로 쓰기로 합니다. 갑자기 이야기가 새어서 미안하지만, 요즘 지하철 9호선이 지옥철이라는 별칭 속에서 247%의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당초 계획상 수용예측이 빗나가서 탑승객이 엄청 늘어났기 때문에 더욱 미어터진다고 합니다. 저도 매일 출근하면서 경험하고 있는바, 매일매일 압사(壓死)할 고통을 느끼고 있지요. 아무튼 이렇게 탑승객이 폭증한 데에는 9호선 역세권에 사람들이 몰린 것도 한 몫할 텐데요, [빅시티]에서도 역세권은 개발 점수가 2배가 되는 식으로 역세권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독일은 인구밀도가 우리보다는 낮으니 이렇게 트램을 다닥다닥 지어도 우리처럼 붐비지는 않겠지요.

부지런히 앞서 나가고 있지만, 과연 1등을 차지할 수 있을 런지는...


 건물을 짓고나서 바로 점수를 받는 시스템이라, 큰 점수를 얻기 위해선 미리 주변에 보너스 점수를 주는 건물이나 트램, 공원 등을 지어 놓아야 합니다. 저(파란색)는 트램과 공원 덕분에 49점으로 앞서 나가고 있네요. 사실 이 게임은 Tram이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시청도 2배 보너스를 주긴 하지만,  전차는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마음대로 놓을 수 있으니까요.

조감도입니다. 이렇게 보니 왠지 [보스 1999]라는 고전 게임이 생각나네요.


  [빅 시티]는 2012년 3월에 처음 하고 나서 2번째로 하는 거였는데요, 그 때완 다른 양상으로 게임이 흘렀던 것 같습니다. 하긴 처음으로 하는 데다가 5인으로 꽉 채워서 해서 그런지, 뭐 하나 제대로 풀리질 않았었으니까요. 이번에는 3인플이라 예전과는 달리 꽤 산뜻하게 진행되었고, 딴지도 그렇게 심하진 않았지요. 제가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리기 전까진 말이죠. 사진으로 보시면 위에 "2"지구(District 2)에 아무런 건물이 지어지지 않았다는 게 보일 겁니다. 누군가 카드를 모아서 지을 계획이었을 텐데요. 여기에 제가 태클을 걸지요.

도심 한 가운데에 공장을 짓게 된다면, 개발업자로선 좋을 게 하나도 없죠.


 바로 "2"지구에다가 공장을 지어버린 겁니다. 공장도 "공장"카드만 있으면 아무데나 지을 수가 있는데, 이렇게 짓고 나면 해당 카드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는 그 카드를 버리고 새로 보충받아야만 합니다. 만약 카드 더미에 받을 수 없는 카드가 없으면, 보충마저도 받을 수 없구요. 이래저래 꼬이게 되는 거죠. 한번 해 본 경험자로서 안타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할 수도 없지요.

아까 말씀드렸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바로 쇼핑몰을 짓기 위한 조건이 이루어진 거죠!


 그렇게 남의 개발지구에는 재를 뿌려놓고선 저는 "1"지구에다가 쇼핑몰을 지어버립니다. 상업지구와 주택지구, 트램과 특수건물(극장)이 모두 충족되면서 지을 수 있게 된 거지요. 덕분에 30점을 통째로 올려버린 저는 이 때부터 승리를 의심치 않았습니다. 비록 룰 가르쳐주고 이기는 꼴이지만요.

또 다른 쇼핑몰이 지어졌네요, 그것도 공장 옆에!


 그런데 제가 훼방을 놓은 지구"2"에서 기어코 쇼핑몰이 건설되고야 맙니다. 심군님(빨간색)이 근성을 발휘해서 결국 쇼핑몰 건설에 성공한 거지요. 게다가 저렇게 지으려면 41번 카드가 꼭 필요했는데, 제가 너무 방심한 나머지 그걸 다른 카드와 교환해 버린 게 패착이었지요. 게다가 심군님은 교회도 2채 다 지었기 때문에 저를 바짝 추격해 오게 됩니다.

아쉽게도 지고 말았네요, 그것도 1점 차이로!!


 결국 1점 차이로 제가 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쇼핑몰도 짓고 공장도 제가 2채 모두 지었기 때문에 원없이 즐긴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5인 꽉 채워서 하는 건 무조건 지양해야 겠네요. [컨테이너]도 그렇고 [빅시티]도 그렇고 최대 인원으로 해선 게임 본연의 재미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너무 빡빡해지는 게 문제지요.

지든 이기든, 이렇게 하나의 도시가 완성된 걸 보는 것만으로 뿌듯한 일입니다.


 게임할 때는 몰랐는데, 다 끝나고 나니까 완성된 도시를 보는 것도 이 게임의 또다른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유럽의 도시는 아파트 一色인 우리완 달리 아름답네요. 이렇게 대충 지었는데도 말이지요. 우리의 도시완 달리 독일의 도시를 배경으로 만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의 도시를 배경으로 했다면 뭔가 삭막하기 그지 없는 도시가 되었을 것 같네요. 일단 유리궁전같이 생긴 시청과 개성없는 교회가 떠오르네요. 아파트는 성냥갑 모양 일색일 테고, 특수건물인 은행이나 극장, 우체국은 상가 건물과 모양 면에서 차이가 없을 겁니다.

우리의 도시도 아름다워질 날을 기대해 봅니다.


 2000년대 중반에 [빅 시티]가 재판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었지요. Valley Games에서 2판이 나온다고 했다가, 밸리 게임즈가 거의 보드게임 시장에서 손을 떼면서 재판의 가능성도 0으로 수렴하고 말았지요. 비록 뛰어난 컴포로 부족한 게임성을 보완하고 있다는 혹평도 있긴 하지만, 간단히 아기자기한 재미를 찾기에는 꽤 훌륭한 게임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상 본격 도시 짓는 게임, [빅시티] 후기였습니다.


2015년 4월 17일 금요일

컨테이너(container)에 관한 小考

지난 주에  강서구 3355모임에서 컨테이너를 돌렸는데요.
비록 짧은 후기를 올리긴 했지만, 좀 부족한 감이 있는 것 같아서 좀 더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프란츠-베노 델롱게 判士(Judge Franz-Benno Delonge)의 유작으로서 독특한 가치와 뛰어난 테마를 가지고 있는 [컨테이너]는 경제게임의 전형으로서 의의도 큰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유경쟁시장과 국제무역이론을 적용하여 하나의 국민경제를 구성했다는 점이 이 게임의 묘미인데요, 최소한의 룰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경제주체의 자발적 행동에 맡겼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즉, 제로-섬 게임으로 가느냐, 아니면 용의자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파레토 최적으로 가느냐가 자율적으로 정해지는 거지요.




근데 아쉽게도 4월 11일의 플레이에서는 파레토 최적보다는 시장의 실패로 치달은 것 같아서 많이 아쉽더라구요. 물론 좀 더 대출한도를 늘렸으면 하거나 초기 자본금을 5인플에 한해서 30불 정도로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최적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이 게임의 목표였으니까요.




안타깝게도 그날은 덤핑으로 인한 하향평준화와 자본금이 늘지 못하는 구조로 인한 경매의 비활성화 때문에 게임이 종반으로 치달을 수록 상당히 단조로워지고 뭔가 잘못 풀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아무래도 이런 점은 변형 룰을 적용하거나, 아예 덤핑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대출 한도를 늘리며 사치품을 통해서 경매의 활성화를 꾀하는 확장을 적용하면 나아질 것 같더라구요.




어찌 되었든 경제모형이든 경제게임이든 우리가 가정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인 만큼, 아쉬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단기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최종 낙찰가가 조금 못미치더라도 섬 정부의 수입 보조금을 받으면서 자본을 축적하는 게 더 올바를 테니까요. 아무튼 그날의 아쉬움과는 달리, 더더욱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게임임은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점에서는 [1830]이나 [국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이상 [컨테이너]에 대한 짧은 고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