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31일 일요일

2015. 5. 23. Dungeon Petz(던전 페츠) at 3355 2nd

귀여운 던전 괴물들을 애정을 담아 키워 보아요!


 저번 주에 강서구 모임을 가서 [Dungeon Petz(던전 페츠)]를 처음으로 해보았습니다. 블라다 크바틸의 던전 시리즈 후속작으로서, [Dungeon Lords(던전 로즈)]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요. [던전 로즈]에서 2년 동안 애써 키운 던전이 무책임하고 방탕한 모험가들에 의해 박살이 난 후, 살아남은 임프들과 미니언들이 살 궁리를 찾게 되는데요. 거기서 착안한 게 던전 애완동물 가게입니다, 마을 주변에는 그런 가게가 없었기 때문이죠. 임프들의 펫 샵이 가망이 있어 보이자, 다른 던전에서 탈출한 임프들도 연이어 가게를 열게 되지요. 이 게임은 그렇게 문을 연 가게들의 또다른 생존 경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게임은 임가드, 이스케이프님, 저 이렇게 3명이서 진행했습니다.


애완괴물들의 요구는 끝이 없습니다. 반항하거나, 병에 걸리고, 밥 달라고 하며 심지어 똥도 싸야하지요.


 전 이 게임을 보고 있자면, 예전에 유행했던 "다마고치"가 떠오르네요. 포켓몬스터이 아니라, 요즘에는 요괴워치가 성황인 시점에서 다마고치는 청동기 시대 유물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요. 그래도 가상으로 애완동물을 보살펴주고, 어렵게 커가는 모습을 같이 지켜본다는 기본 구상은 참 기발한 것 같습니다. 그런 아이디어가 포켓몬이나 다른 애완게임으로 이어졌을 테니까요. 넓게 보면 [던전 페츠]도 "다마고치"의 그늘 아래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던전 로즈]와는 달리 게임 내 언어 요소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아이콘만 보면 돼요.


 블라다 크바틸의 게임을 사랑해 마지 않는 편이지만, 그간 재밌게 즐겼던 게임들은 하나같이 잔규칙이 많고 복잡한 구성이나 진행방식 때문에 처음 하기에는 좀 힘들었습니다. [메이지 나이트]도 그렇고, [던전 로즈]도 게임 설명을 다 하고 나면 진이 빠져서 정작 게임은 잘 못하게 되더군요. 그에 반해서 [던전 페츠]는 상대적으로 설명하기가 용이한 편입니다. [던전 로즈]처럼 모험가가 쳐들어 온다든지, 갑자기 나오는 세금 단계 때문에 골머리를 썩을 일이 없기 때문이죠. [바니바니 무스]나 [스닉 앤 스니치스] 같은 게임들도 있지만, 이 게임도 생각보다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일꾼배치게임인 것 같아요.


메인보드도 그렇고 게임의 분위기 자체가 [던전 로즈]보다 화사해서 좋더군요.


 게임 박스도 그렇고 메인 보드나 개인 보드, 진행 보드 등이 다 화사한 색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상기한 게임의 분위기를 돋우는 데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전작인 [던전 로즈]는 거의 검정 위주의 어두운 색조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좋은 대비를 이루는 것 같네요. [던전 로즈]도 확장판인 [축제의 계절]에서는 새로 축제 라운드를 추가하고, 애완동물 요소도 집어 넣는 등 밝게 만드려고 노력했지만, [던전 페츠]에는 당할 수 없네요.


애완괴물을 키우는 우리들입니다. 현재는 스내피 1마리밖에 없네요.


 게임은 5~6라운드로 구성되는데, 4인이면 5라운드, 2~3인이면 6라운드입니다. 이 날은 6라운드로 진행했는데요, 게임의 진행은 개인보드의 아이콘을 보고 진행하면 됩니다. 이 점은 [던전 로즈]랑 똑같네요. 큰 얼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장 보기 단계를 통해서 애완 괴물과 그들을 가둘 우리를 사옵니다. 그렇게 사온 애완 괴물들은 각각 바라는 바가 틀린데, 그에 해당하는 요구카드를 뽑고 괴물들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합니다. 요구를 해결하지 못하면 불행해지거나, 변이를 일으키고, 심지어는 가출하거나 죽을 수도 있지요. 가출하거나 죽으면, 마지막 라운드에 각각 총점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벌점을 받기 때문에 타격이 은근히 큽니다. 이 날은 이스케이프님이 가출 벌점을 5점 받았습니다.


펫들은 기호에 따라, 그리고 연령별로 요구조건이 다릅니다. 하단의 스테고불리는 적색 요구만 있네요.


 이 게임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펫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우선 요구 카드는 4가지 종류가 있는데, 초록색(배고파 요구 위주), 붉은색(화났어 요구 위주), 노란색(놀아줘 요구 위주), 보라색(마수리 요구 위주)이 있습니다. 개인 보드의 위쪽 중앙 부분을 보시면 각 요구카드별로 요구들이 어떻게 분포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록색 요구카드의 경우 배고파 요구가 50%를 차지하고, 똥쌌어, 화났어, 아파 요구가 그 다음을 잇고 있네요. 다마고치 모양의 펫을 살 때, 현재 요구의 종류와 양, 그리고 앞으로 나올 요구의 내용을 보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2마리 이상의 펫을 가지려고 할 때는 우선 비슷한 요구를 가진 애완괴물들을 모아서 덱 운용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의 2마리 펫들, 스내피(우상단)와 스테고불리(우하단) 모두 붉은색과 초록색 요구만을 가지기 때문에 맞춰서 가기가 편한 점이 있지요.


중앙 보드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약간 서커스장이나 테마파크 분위기가 엿보여요.


 펫이 나이가 들어 갈수록 더 많은 요구들을 들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키우기가 버겁게 됩니다. 따라서 적당한 시점에 전시회에 내보내고, 던전의 고객들에게 분양을 해야 합니다. 근데 펫들은 최소한 4레벨 이상이 되어야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 요구를 들어주고 잘 달래서 성장시켜야 합니다. 잘못 키워서 좀 불행하거나, 변이가 일어났다거나 우리에 똥거름이 가득한 펫들은 고객의 기호에 따라서 감점을 받을 수도 있거든요.


펫 중에서 미니 골렘만 안팔렸네요. 저 미니 골렘이 성장하면, [던전 로즈]의 골렘이 됩니다.


 그런데 펫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쉽지가 않아요. 우선 자원의 한계로 인한 선택의 문제가 항상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장 보기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액션의 수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3인이라 NPC를 두고 진행하는 것도 자원을 더욱 제한하고 있지요. 다만, [던전 로즈]처럼 임의로 NPC가 활동하는 게 아니라 트랙을 돌아가며 진행하기 때문에 예측이 더 쉬운 점은 있습니다. 아무튼 펫들의 요구에는 그에 맞는 우리나 우리의 부착물을 구입하든가, 아니면 식량이나 임프들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펫들의 요구에 앞서가는 전략을 세워서 움직여야 합니다. 안그러면 불행 토큰을 왕창 모인 우울하기 그지없는 펫을 기르거나, 똥거름 가득한 우리를 안고 있어야 하지요.


펫들을 그에 맞는 우리에 가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놀기 좋아하는 미니 골렘은 사실 지금 있는 우리도 괜찮지만, 왼쪽의 우리가 더 나을 수도 있겠네요. 반면에 스테고불리는 딱 알맞은 우리에 있는 것 같네요.


 전 이 게임을 하다 보니까, 체코 게임즈의 다른 게임들이 떠오르더군요. 하나는 계속 언급하고 있는 [던전 로즈]이고, 다른 하나는 [20세기]입니다. 불행 토큰만 해도 [20세기]에 쓰이는 오염 토큰이랑 똑같구요, 펫들의 불행이나 똥거름들을 관리하는 게 [20세기]의 진행방식이랑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특히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진행 보드 상의 고객 타일이나 전시 타일을 매 라운드 시작시에 미리 공개한다는 점도 그렇구요. 다음 라운드에 뭐가 필요한지를 모두 공개적으로 알고 준비한다는 점은 [20세기]의 그것과 같네요. 임프와 돈을 합친 방법으로 장 보기 액션의 순서를 결정하는 점도 똑같구요.


게임이 진행될 수록, 내가 공들여 키운 펫들이 전시회에서 높은 점수를 받거나 잘 팔려나가는 걸 보는 것도 또다른 기쁨입니다.


 그렇게 공개된 전시 타일의 요구조건에 맞춰서 전시 단계에 콘테스트를 진행하는데요, 여기서는 그 전에 해결한 펫들의 요구카드를 보고 전시 점수를 결정합니다. 펫 1마리만 나갈 수도 있고, 우리에 있는 모든 펫들의 요구카드를 보고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여기서 펫에 변이 토큰이나 불행 토큰이 붙어 있거나, 우리에 똥거름이 있거나 하면 감점을 받을 수 있단 거지요. 이건 던전의 고객들에게 펫들을 팔 때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이제 마지막 라운드입니다. 펫들의 마지막 요구들을 들어주기 위해 요구카드를 정하는 것 같네요.


 이제 판매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상술했듯이 판매도 전시랑 비슷합니다. 다만, 1명의 고객에게는 1마리의 펫밖에 팔 수가 없습니다. 다만 마지막 라운드인 6라운드에는 2명의 고객이 있고, 3라운드부터 팔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5마리까지 펫들을 팔 수가 있지요. 이 게임에서 승점은 라운드 종료 전까지는 오직 전시와 판매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점수를 얻으려면, 부지런히 펫들을 키우고 팔아넘겨야 합니다.


이번 게임 동안 제가 공들여 키우고 분양한 펫들입니다. 위에서부터 스내피, 미니 골렘, 크툴리, 파이어리 페리, 스테고불리입니다. 모두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은가요?


 [던전 페츠]는 [던전 로즈]나 [메이지 나이트] 등 블라다 크바틸의 다른 게임들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갤럭시 트러커]나 [픽토매니아]도 그러하긴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던전 테마라서 더 그렇게 느낀 것 같아요. 물론 가볍다는 것도 상대적인 개념이긴 합니다. 아무리 가벼워도 다른 일꾼배치 게임인 [로즈 오브 워터딥]이나 [케일러스]보다야 더 복잡하고 잔규칙도 많으니까요. 이 날 같이 했던 이스케이프님은 조금 어려워하시더라구요. 크바틸 게임 좋아하시고, 일꾼배치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확장판인 [어두운 복도]도 기대가 되네요.



2015년 5월 30일 토요일

2014.12.13 Marvel Dice Masters(마블 다이스 마스터즈) at 3355 2nd

[쿼리어스] 이후로 처음 접하는 주사위 빌딩 게임, [마블 다이스 마스터즈]


 [문화의 충돌]이 3시간 반에 걸쳐 진행되었기 때문에, 다음 게임은 간략한 게임으로 골랐습니다. 작년부터 꽤 인기를 끌고 있는 [Marvel Dice Masters(마블 다이스 마스터즈)]를 처음으로 해보았지요. 주사위 빌딩 게임은 [쿼리어스]밖에 안해보았는데, 위즈키드에서 마블 테마를 입히니 훨씬 몰입이 잘 되고 좋더군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흥행이 보드게임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에 즐긴 시리즈는 어벤저스와 엑스맨의 대결을 소재로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이 게임은 우하하맨이랑 둘이서 2판 연속으로 돌렸습니다.


플레이 매트를 가지고 즐기니까, 훨씬 편하고 몰입도 잘 되는 것 같네요.


 게임은 서로 1번씩 이기면서 끝이 났는데요, 확실히 위의 "블랙 위도우"카드는 꽤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게임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레어인지 슈퍼 레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웬만한 슈퍼 히어로들보다 더 강력하더군요. 이 게임도 부스터 팩이 있고, 따로 뽑기 형식으로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해보고 싶은 게임이네요.


2014.12.13 Clash of Cultures(문화의 충돌) at 3355 2nd

맵 타일들만 놓고 보면 영락없는 메이지 나이트인 게임, [문화의 충돌]


 작년에 강서구 모임에 가서 사진까지 다 찍어놓고 후기를 안올렸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일이 바쁘고 정신이 없으면, 취미에는 신경쓰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 한숨돌리게 되어 밀렸던 후기를 몰아서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번주 후기 올리기 전에 작년 후기부터 먼저 쓸까 합니다. 모임에 가서 처음으로 즐긴 게임은 Christian Marcussen의 두번째 작품 [Clash of Cultures(문화의 충돌)]입니다. 2013년 10월에 카린님 댁에서 처음 접해본 이후로 두번째 플레이였네요. 이번달 초에 했던 [상인과 약탈자]처럼 이 게임도 시드 마이어의 문명을 보드게임처럼 만든 것 같습니다. 사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자체가 Francis Tresham의 [문명]을 보드게임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좀 묘한 느낌이 드네요. 어쨌든 이 게임도 범람하는 문명게임류의 하나입니다.


문명 게임치고는 테크 트리 짜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히스토리아]나 [쓰루 디 에이지스]와는 또 다른 느낌이죠.


 그리고 다른 문명게임과 다르게 내세울 점이라면 단연 테크 트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테크를 잘 타야만 건물을 효율적으로 짓고, 자원을 더 많이 생산한다든지, 군사력을 강화한다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처음 해보면 이 기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발전시킬지 감이 안오기 때문에, 처음 하는 사람과 해본 사람과의 격차가 많이 날 것 같습니다. 저도 2번째 하는 거지만, 상당히 버벅거렸거든요. 이 날은 겐생님(적색), 안화(녹색), 저(청색) 이렇게 3명이서 게임을 즐겼습니다.


야만인의 군세가 상당히 위협적이네요.


 이 게임도 [상인과 약탈자]처럼 자신의 턴에 3번의 액션을 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턴이 마치면, 승리 확인을 하고 새로운 라운드에 돌입하게 됩니다. 새 라운드에는 이벤트 카드를 뽑고 그 이벤트의 효과를 확인하는데요, 위의 사진처럼 야만인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문명게임의 재미를 더해 주는 것이 갑작스레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이지요. 예전에 당정모임에서 트레샴의 [문명]을 할 때도 이벤트 카드 때문에 큰 곤란을 겪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 야만인 때문에 안화가 상당히 골치를 썩이게 되지요. 왜냐하면 위의 야만인들이 안화의 도시로 쳐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격퇴는 시켰지만요.


빨간색(겐생님)은 불가사의 건물을 건설했네요. 


 그러나 야만인들을 격퇴하느라 군대가 소진된 틈을 노려서 제가 빈집을 털러 들어갔습니다. 그 때문에 녹색 세력의 중심도시가 제 것이 되고 말지요. 한편, 겐생님은 자원을 열심히 모으더니 어느새 "로도스의 거상"이라는 불가사의를 건설했네요. 맵 밖의 지역은 모두 바다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 불가사의는 상당히 좋은 효과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초록색(안화)을 전멸시키면서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겐생님이 불가사의 건물도 짓고 점수를 앞서 나갈 기미가 보이기에, 제가 녹색 플레이어를 전멸시키면서 게임을 끝내 버렸습니다. 이 게임의 종료조건은 2가지인데요, 다른 세력을 전멸시키거나 6라운드가 다 끝나는 것입니다. 결국 게임 설명하고 이겨버렸네요. 언뜻 보면 그냥 간략한 워게임 같아 보이지만, 테크 트리와 간략화된 자원·행복도 및 문화 토큰 덕분에 문명게임의 요소를 쾌적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보드게임에서 지나치게 많은 토큰들에 질린 저에게는 문명 PC게임의 좋은 대체재가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이 게임도 확장판이 나왔는데, 확장에서는 각 세력에 차별성을 더해주는 문명들이 나오기 때문에 기대가 크네요. 이 게임도 한번 정도 더 해보고, 꼭 확장을 같이 넣어서 즐기고 싶습니다.


2015.5.9 Merchants & Marauders(상인과 약탈자) at 김포 모임

카리브 해와 해적은 항상 저를 설레게 하는 소재였지요.


 강서 모임에서 [포지 워]를 마치고 [Merchants & Marauders(상인과 약탈자)]를 2시간 정도 돌렸습니다. 그런데 [포지 워]를 4시간 반 정도 한 여파에다가, [상인과 약탈자]의 잔룰도 은근히 있었기 때문에 중간에 접었지요. 그러고 나서 김포 반야님 댁에 와서 다시 해보기로 했습니다. 반야님, 심군님, 저 이렇게 셋이서 진행했는데요. 이제와 생각해 보니, 첫 게임은 테스트 삼은 것 같아서 모임 멤버들한테 조금 미안한 감이 드네요.


대항해시대를 보드게임으로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게임


 이 게임은 [문화의 충돌]의 디자이너 Christian Marcussen의 첫 작품입니다. 2010년에 나왔는데, 시드 마이어의 PC게임 "Pirates(해적들)"을 보드게임으로 만든 느낌입니다. 물론 FFG처럼 정식으로 판권을 받고 만든 건 아니니까, 그렇게 이름을 붙이진 못했지만 말이죠. 이 작가는 아직까지 게임을 2개밖에 만들진 않았지만, 다분히 시드 마이어의 게임을 보드게임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여요. [문화의 충돌] 할 때도 그런 기분을 느꼈었는데, [상인과 약탈자]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항구나 도시를 공격하는 옵션을 빼고는 거의 다 구현해 냈습니다.


[드레드 플릿]의 플레이 매트는 바다 배경 게임에는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이 게임에서 우리는 2가지 역할을 임의대로 도맡아서 할 수 있습니다. 물품을 선적하고 다른 항구에 내다 파는 상인과 상인 마커 및 다른 상인 플레이어들을 약탈하는 약탈자가 그것입니다. 물론 NPC로 해적과 해군도 있어서, 해적은 상인을 공격하고 해군은 약탈자를 소탕합니다. 해적은 국적이 없지만, 해군·상인 및 약탈자는 각각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카리브 해를 주름잡았던 에스파냐나 영국, 프랑스, 그리고 네덜란드가 고증에 맞게 각 해역에 존재하고 항구들도 그에 맞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세련된 미니어처들과 각종 구성물들이 게임의 몰입감을 더욱 높여주네요.


 이 게임은 일단 선장 카드를 뽑아서 자신의 세력을 이끌 선장을 먼저 비공개로 결정합니다. 그러고 나서 배를 선택하는데, 초반에는 자그마한 배들밖에 고를 수 없습니다. 배들은 크기에 따라서 소형, 대형으로 나뉘고, 기능에 따라서 기동성이 있는 배들과 수송량 및 함포가 많은 배로 나뉩니다. 전자의 분류가 슬루프, 플루트 / 프리깃, 갤리온이고, 후자의 분류가 슬루프, 프리깃 / 플루트, 갤리온이죠. 초반에는 슬루프와 플루트, 두 척 중에 고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선적 문제 때문에 전 플루트만 고르게 되더군요. 플루트는 화물 창고가 3칸인데 반해, 슬루프는 1칸밖에 안되기 때문에 장사를 할 수 없거든요.


이 게임의 테마를 더욱 잘 살려주는 것이 다채로운 카드들이지요.


 그런데 이 게임에 대한 일관된 평이 있는데, 아무래도 약탈자가 상인보다 불리하다는 점입니다. 일단 해적과 해군만 비교해 봐도 그러하긴 합니다. 왜냐하면 해적은 기껏해야 슬루프 아니면 프리깃 함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각국 해군은 프리깃이나 갤리온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만약 현재 전쟁 중인 국가의 해군일 경우에는 막강한 전열함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해군을 만나지 않기 위해 도망다니느라 바빠지지요.


다양한 카드 중에서도 임무 카드는 보상도 주고 승점도 주며,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주지요.


 또 약탈자로 활약을 하고 싶어도 초반에는 상인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각 해역에 떠 있는 상인 마커들을 쳐부수고 다니고 싶어도, 배가 약하면 손상은 손상대로 받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반야님은 처음부터 약탈자로 노략질을 하고 다니겠다고 공언하셨는데, 배가 슬루프라 별 재미를 못보셨거든요. 적어도 프리깃함으로 갈아 탄 후에나, 노략질도 탄력을 받을 것 같네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같은 액션이면 노략질 하는 것보다, 유행품을 3개 이상 파는 게 승점 쌓는 데는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차라리 4개 이상 팔 때 승점 1점이었다면 균형의 추가 더 맞았을 지도 모르지요.


NPC 해적이나 해군들도 이벤트 카드에 따라서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게임은 [문화의 충돌]처럼 자신의 턴에 3번의 액션을 할 수 있습니다. 액션은 크게 항구에서 하는 액션과 나머지 액션들로 나뉘지요. 항구에서는 코에이의 "대항해시대"나 시드마이어의 "해적"에서 할 수 있는 액션들은 다 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선박의 구입/판매/수리/개조(개조는 부품구입과 특수무기 장착, 2개로 나뉨)/화물의 판매/구입/소문 파악하기/선원고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는 이동 액션이 주가 되는데, 항구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도 하나의 이동으로 간주합니다. 해역에서 다른 해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하나의 액션이고, 그 외에 해역에서 상인 마커(그 해역의 중립상인을 의미)를 노략질하거나 다른 선박을 탐색하는 것도 액션입니다.


돈은 공개, 그러나 금고에 들어 있는 돈은 비공개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각 플레이어는 금고를 1개씩 가지고 시작하는데, 이 금고는 기본적으로 모항(母港)에 있다고 가정합니다. 즉, 자신의 모항에 입항해야만 금고에 돈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이 금고에 들어간 돈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볼 수도 없고 뺐어갈 수도 없기 때문에 안전한 돈입니다. 게다가 10두카토 당 승점 1점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저축해 두어야 합니다.


영광 카드, 이벤트 카드, 임무 카드, 소문 카드, 화물 카드 등 카드 종류가 많은 게 단점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각 세력을 대표하는 선장들은 각각의 능력치와 특수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해술, 정찰능력, 리더십, 영향력 등의 능력치가 합이 10이 되도록 주어집니다. 항해술은 전투나 이벤트 등 전반적으로 중요한 기술이구요, 정찰능력은 같은 해역에 있는 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즉, 각각의 능력치에 해당하는 수의 주사위를 굴려서 명중 굴림(졸리 로저 모양)이 하나라도 나오면 성공하는 거지요. 참고로 같은 해역에 있어도 정찰에 실패하면 싸울 수도 없고 노략질도 못합니다. 약탈자에겐 중요한 능력이지요. 리더십은 선원 고용이나 백병전에 유리하고, 영향력은 주로 소문 카드를 수집하거나 해결하는 데 유용합니다. 제가 뽑은 선장은 다른 능력은 다 괜찮은데, 영향력이 꽝이라 꽤 고생한 기억이 나네요.


작은 배에서 큰 배로 갈아탈 때의 기쁨은 이 게임의 또다른 재미죠.


 참고로 갤리온이랑 프리깃은 35두카토를 내야만 살 수 있는데요, 이 게임에서 35두카토 버는 게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닙니다. 계속해서 화물을 사거나, 배를 수리하는 등 돈 들어갈 일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좋은 배로 바꿨을 때는 참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큐라소 항구에서 갤리온을 주문했는데, 다른 항구랑은 달리 30두카토만 내면 되기에 더 유리했지요. 일단 갤리온만 있으면 화물 칸이랑 대포 칸이 다 4~5칸이기 때문에 상품판매랑 포격전에 유리합니다. 프리깃에 비해서 낮은 기동성이 유일한 흠이지요. 참고로 전열함은 기동성 빼고 전부 능력치가 5입니다. 그리고 전열함은 우리가 주문할 수도 없는 배이기 때문에, 해군함대랑 백병전에서 승리하여 나포하는 방법 외에는 얻을 방법이 없습니다.


St. John에서 제 함선이랑 심군님의 배가 포격전을 벌이고 있나 보죠?


 일단 카드의 종류도 많고, 그에 해당하는 세세한 규칙이 조금 있는 편입니다. 게다가 전투 관련해서는 규칙이 더 복잡하구요. 포격전이랑 백병전, 도주를 전투 전에 선언한다든지, 그리고 그 후 각자의 항해술 능력치에 상응하는 주사위를 굴려 우위를 결정한다든가 하는 점 등이 좀 복잡하고 어려워요. 처음 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제가 좋아하는 테마 게임들은 테마를 더욱 살리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잔규칙들은 용인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메이지 나이트]도 그러했고, [문화의 충돌]이나 [미들어쓰 퀘스트] 모두 그러했지요. 전 그래도 그런 미국식 게임이 유로게임보다 좋아요.


세인트 존에서의 포격전 : 갤리온 vs 갤리온


 그나저나 배를 5종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는 점은 보드게임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대항해시대에서도 한 20종 정도, 시드마이어의 해적에서는 50여종의 배가 나왔는데 말이죠. 기함이 가라앉거나, 나포되면 종종 다른 배를 사서 함대 구성을 달리 하는게 항해 게임의 큰 재미인데 말이죠.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서 확장판에서는 새로운 선종(船種)을 추가하긴 했는데, 고작 1종류라서요. 그래도 얼굴을 맞대고 컴포를 조물거리면서 카드를 들고 즐기는 것은 컴퓨터 게임이나 콘솔 게임이 못따라가지요.


주사위의 불운에는 그냥 울지요..


 게임의 종료조건은 누군가 승점 10점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턴을 1번씩 더 가지고 게임이 끝나게 되며, 승점을 가장 많이 축적한 사람이 승리하게 되는 거지요. 근데 그 날은 승점 트랙에 나온 승점이 10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여 게임이 5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알고 보니 금고에 들어가 있는 5점도 합산하는 것이더라구요. 그러면 게임이 더 일찍 끝났을 텐데, 에픽 게임으로 돌린 격이 되버렸네요.


브릿지 타운이 프리깃, 갤리온들의 무덤이라죠?


 저는 브릿지 타운에서 노예선 관련 소문만 해결하면 10점에 도달하는데, 2턴 연속으로 실패했었습니다. 심지어 실패해도 정찰 주사위 하나를 다시 굴릴 수 있게 해주는 항해사 카드가 있었는데도 말이죠. 그래도 금고에 50두카토를 모아놓아서 다행히 1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의 충돌]과 비교해보면 잔규칙들이 좀 있고 카드 종류도 많아서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해적 테마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해적 관련 보드게임 중에 최고인 것 같더군요. 다음에는 확장판인 [영광의 바다]도 같이 집어넣어서 즐겨보고 싶습니다.



2015년 5월 27일 수요일

2015.5.9 Forge War(포지 워) at 3355 2nd

요즘 장안의 화제인 게임, [포지 워]


 이날 첫 게임으로는 [Forge War(포지 워)]를 돌렸습니다. 노다님, 겐생님, 로튼, 그리고 저 이렇게 4인플로 돌렸는데요. 룰을 배워가면서 하느라고 더 어려웠던 기억이 나네요. 할 당시에는 후기도 없던 게임인지 잘 몰라서 더 헤맸던 것 같아요. 그래도 기본 게임은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서 에픽 게임으로 돌렸습니다.


맵 보드만 보면, [케일러스]가 생각나네요.


  맵만 놓고 보자면 [케일러스]와 [미르메스]를 섞어 놓은 것 같네요. 근데 요즘 게임답지 않게 구성물이 엄청 많더군요. 보석 마커들부터 시작해서 광산 타일들, 각종  카드들, 목재 마커, 모험가 마커까지 말이죠. 하긴 에픽 게임을 다 돌리자면 5~6시간 걸릴 텐데, 그에 걸맞게 컴포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 보드와 스킬토큰들입니다. 4레벨 전용 스킬들이죠.


제가 고른 색은 회색인데, 시작 카드를 모험가 2명 더 데리고 하는 걸로 해서 5명을 데리고 시작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벌써 레벨이 3으로 올랐네요. 4레벨부터 스킬 토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게임은 최대한 빨리 4레벨 모험가를 만들어서 다른 모험가들을 끌어올려주는 것이 관건일 것 같습니다. 물론 모험가에게 쥐어줄 무기카드도 적절히 구입해주어야 하지만요.


게임 보드의 모습 - 광산만 놓고 보면 인쉬, 퀘스트 카드는 꼭 워터딥 같네요.


 게임 보드를 보시면 대략적인 얼개가 보이실 겁니다. 우선 우상단의 광산에 감독관을 보내서 광물들을 캡니다. 근데 그냥 자원을 채집하는 것이 아니라 [인쉬]같은 추상전략 방식으로 자원을 모으기 때문에 은근히 머리가 아픕니다. 게다가 저는 [인쉬]를 안해봐서 그런지, 자원채집이 너무 힘들어서 게임이 안풀리더군요. 꼭 제 앞에서 파업이 일어나는 바람에 1~2개 광물, 그것도 구리나 철밖에 못얻곤 했지요. 그 다음으론 좌상단에 있는 시장에 가서 카드들을 사옵니다. 그에 해당하는 돈을 내고 카드를 사오는 건데, 돈을 벌려면 아까 채굴한 광석을 상인한테 팔아야 하지요. 시장 단계를 통해서 필요한 무기를 장착하거나, 모험가를 고용하고 레벨업을 시키는 등 모험을 떠나기 위한 준비가 이루어집니다. 그 다음에는 좌하단에 보이는 퀘스트 카드를 가지고 와서 모험가들을 모험에 보내게 됩니다. 이건 워터딥이랑 은근히 비슷하긴 한데, 여러 단계에 걸쳐서 퀘스트 진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포지 워]란 제목만 들으면 제련과정이나 대장간에서의 활동이 테마일 듯 한데, 그렇게 들어맞진 않습니다.


 그렇게 게임을 3단계까지 진행해서 가장 높은 승점을 획득한 플레이어가 승리하게 됩니다. 승점은 퀘스트 카드 성공을 통해서 얻은 누적합계와 획득한 카드 승점을 합산하여 정해집니다. 대량 득점을 위해서는 퀘스트 카드를 지속적으로 성공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모험가들의 스킬조합이랑 그에 맞는 무기, 그리고 무기를 장착하기 위한 광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원채굴, 시장 단계, 퀘스트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여러 게임의 메카닉을 교묘하게 조합해 놓아서 한 번에 2~3개의 게임을 동시에 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사실 이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게 느꼈던 것은 스킬 조합 부분이었습니다.


 룰을 같이 연구해가며 진행했기 때문에 룰 설명에 소요된 시간 포함해서 2라운드 종료시까지 4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그런데 다른 후기들 보다 보니까 다들 에픽 게임은 4~5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더군요. 그렇다고 기본 게임 하자니 스킬 다 빼기 때문에 게임이 너무 허전해지는 문제가 생기더군요. 적당히 접점을 찾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일단 이 게임의 첫 번째 아쉬운 점입니다. 익숙해지면 3시간 안팎으로 끝낼 수 있다지만, [메이지 나이트]도 익숙해지면 6라운드 시나리오를 4인플로 3시간 안으로 끝낼 수 있거든요. [포지 워]가 재미없다는 건 아니지만, 굳이 선택하라면 전 후자를 택할 것 같습니다.


근데 광산 채굴이 너무 어려워요, 게임 안의 또 하나의 게임이 있는 격. 게임 안에 액자 구성을 시도하다니?


 이 게임의 두 번째 아쉬운 점은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인데, 광산 채굴이 추상전략 방식으로 진행이 되어서 너무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어쨌든 승점을 받으려면 퀘스트를 깨야 하고, 퀘스트를 깨려면 무기나 모험가가 필요합니다. 그 무기나 모험가도 결국은 얼마나 광석을 효율적으로 채굴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저처럼 4시간 반 동안 다이아몬드를 한 번도 채굴못한 사람은 아무래도 불리하지요. 퀘스트 단계랑 시장 단계는 그런 대로 괜찮았지만, 채굴 단계가 안풀리니까 게임이 전체적으로 답답해지더군요. 2라운드까지만 했었지만, 도저히 이길 엄두를 못냈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아쉬운 점은 테마랑 별로 안어울린다는 점입니다. 광산, 시장, 모험 단계가 그냥 게임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거지, 별로 [포지 워]라는 게임의 테마와 접점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전형적인 유로게임이 가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점은 그리 크게 문제있어 보이진 않네요.
 문제점만 쭈욱 나열했지만, 그래도 다른 게임의 장점을 잘 융합해서 재미를 잘 살려낸 것은 분명합니다. 제 기호와 조금 안맞을 뿐이지, 재미있는 게임이니까요. 다만, 에픽 게임이 너무 길어지는 문제만 좀 해결해주었으면 좋겠네요.


2013.5.28. Firenze(피렌체) at 이태원 하이힐

토스카나의 州都 피렌체에서 탑을 쌓는 게임, [피렌체]

 하이힐에서 마지막으로 즐긴 게임은 한자 토이토니카로 유명한 Andreas Steding의 2010년작 [Firenze(피렌체)]입니다. 그러고 보니 피렌체 배경의 보드게임도 꽤 많은 것 같네요. [플로렌스의 제후], [플로렌자], 그리고 이 [피렌체]까지 제가 아는 것만 해도 3개니까요.
 여담이지만, 배경은 [피렌체]인데 "어쌔신 크리드2"의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 같은 분위기네요. 고층 주택을 왕창 쌓아올리는 건 피렌체보다는 산 지미냐노에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죠.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일 높은 탑이 베키오 궁의 탑이 되고 나머지는 역사 속에 잊혀졌다는 설정이 아닐까라고 추측하는 바입니다.


탑을 쌓아 올리는 건 자유지만, 한 번 올리면 멈출 수 없다!

 게임은 셋 콜렉션 시스템이 돋보이는데요, 여기에 탑 올리는 액션이 주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이 게임은 뜨레모아님의 설명으로 진행되었는데, 사크림님, 그리고 저 이렇게 진행했었습니다. 2년이나 지나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 카드를 내려놓고 보드에 있는 카드의 탑을 골라 제거한 후 그 색에 해당하는 탑을 쌓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한번 쌓아올린 탑은 턴마다 계속 올려주어야 한다는 점이죠. 만약 건설이 중단되면 바로 붕괴하고 맙니다.


탑 쌓아 올리는 것 외에도 탑의 소유권을 지키는 것 역시 놓치면 안됩니다.

 탑은 계속 쌓아 올리지 않으면 무너지지만, 그것 말고도 신경쓸 것은 많습니다. 자기가 쌓고 있는 탑의 소유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노란색 탑의 경우 노란색 플레이어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검은색 플레이어가 한 층만 더 쌓으면 소유권이 이전되게 되지요. 동률일 경우 더 높은 층을 가진 사람이 우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탑의 각 층에 해당하는 점수입니다. 낮은 층으로 많이 쌓을 것인가, 아니면 고층으로 대량 득점을 노릴 것인가?

 위의 참조표에서 볼 수 있듯이, 전략은 대략적으로 2방향으로 나뉠 것 같습니다. 착실하게 고층건물을 세워서 6점이나 10점을 한번에 먹을 수도 있고, 자잘하게 저층을 많이 올리고 카드 득점 등 추가 점수를 노려볼 수도 있지요. 자잘하게 가는 전략으로 사크림이 1등을 했었네요. 일정한 조건에 달하면 게임이 끝나게 되는데,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게임을 종료시켰거든요. 그래도 꽤 재밌었던 기억이 납니다.


르네상스 테마의 게임들은 세련된 아트웍에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하는 것 같습니다.

 2010년도 에센 슈필 출품작임에도 국내에서는 그 후기를 많이 찾아볼 수 없는데, 이 정도 게임이 잘 안알려진 게 좀 의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숨은 진주 같은 게임이 한 두 개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긴 하지만요. 아마 영문판으로 발매가 안된 것이 큰 원인이었을 것 같습니다. 전 이 게임을 하다 보니까, 예전에 했던 [시에나]가 떠오르네요. [시에나]에서 부르조아로 상승하고 나서는 탑 쌓기가 주요 승점을 얻는 방법인데, [시에나]에서 탑 쌓기만 구체화한 게 이 게임 같아서요. [시에나]도 그렇고, [피렌체]도 아트웍이나 테마가 참 마음에 드네요. 제가 해본 르네상스 테마의 게임은 [르네상스 맨] 빼고는 다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하이힐은 그 후로 한번도 못갔네요. 이제 이전도 했다는데, 다시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2013.5.28. Mage Knight(메이지 나이트) at 이태원 하이힐

볼케어 장군과 잃어버린 군대의 귀환.. 과연 그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몬스터 팩토리]를 즐긴 다음에는 han79님과 함께 [Mage Knight : The Lost Legion(메이지 나이트 : 잃어버린 군단)]을 했습니다. 2013년 1월 당정모임에서 4라운드까지만 돌리다가 말았는데, 이 날은 시나리오를 클리어했습니다. 제가 울프호크를 맡았고, han79님이 아리테아를 맡으셨죠.


아직까진 도시가 공개되지 않아 볼케어가 잠잠하지만, 확장 몬스터들만 해도 만만치 않네요.

 RPG게임 치고는 덱 빌딩 시스템 덕분에 룰이 비교적 깔끔한 편이지만, [메이지 나이트]는 그래도 설명하기 꽤 어려운 축에 속하는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블라다 크바틸 게임은 거의 다 사랑해 마지 않지만, 그래도 다들 설명하기 어려워 골치가 아프지요. 그래서 크바틸 게임은 제가 설명하면서 진행하면 이기기가 꽤 힘들더라구요. 다행히 이 날은 han79님이나 저나 룰 숙지는 다 되어 있어서 세팅 면에서는 쾌적하게 진행했습니다. 게임 진행 면에서는 글쎄요... 원래 메나에서 수월함을 기대하긴 어려운 일이지요.


적당히 마법도 배우고 레벨도 올려서, 유적만 먹으면 볼케어랑 싸워 보려고 합니다.

  볼케어를 어떻게 쓰러트릴 지가 고민이었는데, han79님이 좋은 방안을 제시하시더군요. 일단 초반에 타일을 계속 공개해서 엘리트 유닛이 최대한 빨리 나오게 한 다음에, 엘리트 유닛과 마법으로 무장해서 볼케어를 협공하자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도시 타일이 공개되면, 볼케어가 순식간에 그 도시를 점령해서 패배할 것이 뻔하므로 도시 타일이 나오기 전에 볼케어를 쓰러트리기로 했습니다.


볼케어, 물리쳤다!

 han79님의 전략이 주효해서 볼케어를 쓰러트렸습니다. 물론 1번에 쓰러트린 건 아니구요. 왜냐하면 볼케어의 수하들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죠. 우선 첫번째 공격에서 부하의 반수를 격퇴한 후 퇴각했다가 다음 턴에 다시 공격해서 쓰러트렸습니다. 근데 이 과정에서 상처카드를 엄청 많이 받았습니다. [메이지 나이트] 본판 하면서도 많이 받아야 3~4장 정도이던 상처카드를 30~40장 받았으니까요. 근데 시나리오를 깨려면, 그렇게 받을 수밖에 없더라구요.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지막 남은 핸드만 봐도 잘 알 수 있지요. 핸드만 보여서 그렇지만, 밑에 유닛들도 아마 다 상처투성이일 겁니다. 그래도 처음으로 볼케어를 잡아서 기분이 좋네요. 울프호크는 처음 써보았는데, 아직까진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동이 어려운 게임 특성상 꽤 쏠쏠하게 써먹은 것 같습니다. 물론 han79님의 아리테아가 없었으면 승리는 불가능했겠죠. 이번 게임에서도 아리테아는 아주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자랑했습니다.


메나를 좋아하신다면, 이 확장은 반드시 구하십시오!

 전 확장판이 나오면 무조건 구하곤 하는데요, 사실 확장판이 더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비싸서 좀 귀찮긴 합니다. 그래도 이번 확장은 확실히 구한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메이지 나이트]를 이렇게 훌륭한 협력게임으로 변모시켜 주다니 말이지요. 특히 이 확장은 어느 정도 숙련이 되어서 본판이 쉽다고 느껴지시는 분들께 권할만 합니다. 본판과는 달리 저도 상처카드를 엄청 많이 받았거니와, 볼케어가 다가올 때의 두근거림은 게임이 끝났어도 여전히 여운이 남더군요.  han79님과의 [메이지 나이트] 플레이도 꽤나 즐거웠구요. 역시 메나는 해본 사람들과 해야 더 재미가 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