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8일 화요일

2015.4.26. Dead of Winter: A Crossroad Game(데드오브윈터: 교차로게임) at 김포모임

요즘 가장 뜨거운 게임인 데드오브윈터


 [바이슨]까지 돌리고 나니 카페가 문닫을 시간이라 반야님 댁에 가서 [Dead of Winter: A Crossroad Game(데드오브윈터: 교차로게임)]를 돌리기로 했습니다. 협력게임을 아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굵직한 협력게임들은 몇 가지 샀던 기억이 나네요. [배틀스타 갈락티카]는 확장까지 모두 구했고 [카멜롯에 드리운 그림자]도 확장에다 도색 피규어까지 구했었죠. 가장 최근에는 보드피아에서 펀딩한 [로빈슨크루소]도 구하고 클레이 미플도 따로 주문했지요. [데드오브윈터]도 일단 좀비 테마의 협력게임이라는 점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동했었나 봐요.

이 게임의 가장 특기할 만한 요소라면 바로 저 교차로 카드를 들겠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정식명칭에는 부제가 하나 붙습니다. "교차로 게임"이란 말이죠.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각 플레이어가 자신의 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의 우측에 위치한 사람이 이 교차로 카드를 읽고 그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교차로 카드는 특정 조건이 맞아야만 발동되긴 하지만요. 이런 점은 한번도 해보진 않았지만, [천일야화]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습니다. [천일야화]도 특정 지역에서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현재 진행하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서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오곤 하거든요. 그러면서 각각의 선택이 어느새 서사를 이루게 되는 거죠. [데드오브윈터]에서는 선택에 따른 결과도 선택 당시 알 수 있긴 하지만,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맡은 그룹입니다, 여자 변호사와 남자 청소부네요.


 이 게임은 시나리오에 따른 주 목적이 있고 각 플레이어가 달성해야만 하는 비밀 목적이 있습니다. 개중 배신자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요소라서 목적 달성 못지않게 배신자 색출에도 주력해야만 합니다. 제가 맡은 그룹의 캐릭터는 리더인 애나리 챈(Annaleigh Chan) 변호사와 부하인 브랜든 케인(Brandon Kane) 청소부입니다. 둘 다 영향력은 낮지만 기본 전투능력이 좋아서 선택했습니다. 특수능력보다는 기본능력을 중시한 선택이지요.

리더인 애나리 챈은 변호사답게 상대방의 정체를 추궁할 수 있는 특수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여담이지만 이 게임은 정말 한글화가 필수인 게임입니다. 캐릭터 카드나 개인 참조표도 그러하지만, 교차로 카드는 꽤나 장문이라 몰입감을 방해할 수 있겠더군요. 사실 [천일야화]도 그런 점때문에 아직 한번도 돌려보질 못하고 있지요. 보드피아에서 한글판 펀딩을 내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코보게의 한글화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싸늘하기 그지없는 北國에서 벌이는 좀비들과의 사투, 가만 이거 어디서 보던 건데?


 저는 [데드오브윈터]에 관한 소식을 보드게임긱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든 생각이 그거였습니다. "이거 꼭 '30days of night' 같잖아?" 비록 뱀파이어가 좀비로 치환되긴 했지만, 엄혹한 생존의 환경 속에서 좀비까지 들이닥치는 설상가상의 상황이 꼭 그 영화 같았거든요. 이번에 나온 시나리오 카드가 식량을 비축하고 버티는 내용이라 더 몰입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도 30일 밤낮을 버텨야 하니까요.

좀비들이 끊임없이 닥치고, 부양해야 할 가족들도 넘쳐나는 상황! 빨리 밥벌러 나가야지요..


 그런데 그 버티기마저도 녹록치 않습니다. 우선 시나리오 초기설정에 따라 부양가족을 여섯 달고 시작하기 때문에 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식량을 찾아다 공급해주어야 하니까요. 물론 식량이라고 해봤자 이런 재난상황에서는 통조림밖에 없지요. 괴혈병이나 걸리지 않을까 염려되긴 하지만, 좀비가 창궐하는 마당에 뭘 더 신경쓸까요?


다행히 이번 게임은 무사히 5라운드를 마치면서 승리로 끝을 맺었습니다.


 다행히 반야님과 심군님, 저 모두 배신자 카드를 뽑지 않았고, 서로 나름 협력해가며 싸웠기 때문에 주 목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제 개인 미션은 건강염려증 환자답게 약품 등 건강관련 카드를 2장 이상 쥐고 끝내는 것이었습니다. 심군님은 모든 캐릭터에게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막판에 무기에 대한 탐욕이 엄청났습니다. 반면에 반야님은 모든 종류의 카드를 손에 쥐는 것이었는데, 심군님이 무기를 다 싹쓸이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약품은 있지만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는 게 상당히 아이러니하더군요.


 [데드오브윈터]는 간만에 해본 협력게임인데, 꽤나 재밌었습니다. 교차로 카드는 이 삭막한 좀비테마의 게임에 이야기를 불어넣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 카드와 구성물들은 이 게임의 테마를 더욱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좀비사이드]처럼 플라스틱 피규어였으면 더 좋았을 아쉬움도 있으니까요. 왠지 나중에 5주년판, 혹은 기념판의 형식을 빌려서 피규어를 추가한 합본판이 나올 것 같은 두려운 예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간 킥스타터 형식의 크라우드 펀딩이 종종 그런 행보를 보여 왔으니까요. 아무튼 전 피규어고 뭐고 간에 한글판만 내주면 좋겠습니다. 물론 [로빈슨크루소]도 협력게임이니 쉽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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