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8일 화요일

2015.4.26. Dead of Winter: A Crossroad Game(데드오브윈터: 교차로게임) at 김포모임

요즘 가장 뜨거운 게임인 데드오브윈터


 [바이슨]까지 돌리고 나니 카페가 문닫을 시간이라 반야님 댁에 가서 [Dead of Winter: A Crossroad Game(데드오브윈터: 교차로게임)]를 돌리기로 했습니다. 협력게임을 아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굵직한 협력게임들은 몇 가지 샀던 기억이 나네요. [배틀스타 갈락티카]는 확장까지 모두 구했고 [카멜롯에 드리운 그림자]도 확장에다 도색 피규어까지 구했었죠. 가장 최근에는 보드피아에서 펀딩한 [로빈슨크루소]도 구하고 클레이 미플도 따로 주문했지요. [데드오브윈터]도 일단 좀비 테마의 협력게임이라는 점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동했었나 봐요.

이 게임의 가장 특기할 만한 요소라면 바로 저 교차로 카드를 들겠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정식명칭에는 부제가 하나 붙습니다. "교차로 게임"이란 말이죠.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각 플레이어가 자신의 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의 우측에 위치한 사람이 이 교차로 카드를 읽고 그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교차로 카드는 특정 조건이 맞아야만 발동되긴 하지만요. 이런 점은 한번도 해보진 않았지만, [천일야화]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습니다. [천일야화]도 특정 지역에서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현재 진행하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서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오곤 하거든요. 그러면서 각각의 선택이 어느새 서사를 이루게 되는 거죠. [데드오브윈터]에서는 선택에 따른 결과도 선택 당시 알 수 있긴 하지만,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맡은 그룹입니다, 여자 변호사와 남자 청소부네요.


 이 게임은 시나리오에 따른 주 목적이 있고 각 플레이어가 달성해야만 하는 비밀 목적이 있습니다. 개중 배신자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요소라서 목적 달성 못지않게 배신자 색출에도 주력해야만 합니다. 제가 맡은 그룹의 캐릭터는 리더인 애나리 챈(Annaleigh Chan) 변호사와 부하인 브랜든 케인(Brandon Kane) 청소부입니다. 둘 다 영향력은 낮지만 기본 전투능력이 좋아서 선택했습니다. 특수능력보다는 기본능력을 중시한 선택이지요.

리더인 애나리 챈은 변호사답게 상대방의 정체를 추궁할 수 있는 특수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여담이지만 이 게임은 정말 한글화가 필수인 게임입니다. 캐릭터 카드나 개인 참조표도 그러하지만, 교차로 카드는 꽤나 장문이라 몰입감을 방해할 수 있겠더군요. 사실 [천일야화]도 그런 점때문에 아직 한번도 돌려보질 못하고 있지요. 보드피아에서 한글판 펀딩을 내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코보게의 한글화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싸늘하기 그지없는 北國에서 벌이는 좀비들과의 사투, 가만 이거 어디서 보던 건데?


 저는 [데드오브윈터]에 관한 소식을 보드게임긱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든 생각이 그거였습니다. "이거 꼭 '30days of night' 같잖아?" 비록 뱀파이어가 좀비로 치환되긴 했지만, 엄혹한 생존의 환경 속에서 좀비까지 들이닥치는 설상가상의 상황이 꼭 그 영화 같았거든요. 이번에 나온 시나리오 카드가 식량을 비축하고 버티는 내용이라 더 몰입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도 30일 밤낮을 버텨야 하니까요.

좀비들이 끊임없이 닥치고, 부양해야 할 가족들도 넘쳐나는 상황! 빨리 밥벌러 나가야지요..


 그런데 그 버티기마저도 녹록치 않습니다. 우선 시나리오 초기설정에 따라 부양가족을 여섯 달고 시작하기 때문에 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식량을 찾아다 공급해주어야 하니까요. 물론 식량이라고 해봤자 이런 재난상황에서는 통조림밖에 없지요. 괴혈병이나 걸리지 않을까 염려되긴 하지만, 좀비가 창궐하는 마당에 뭘 더 신경쓸까요?


다행히 이번 게임은 무사히 5라운드를 마치면서 승리로 끝을 맺었습니다.


 다행히 반야님과 심군님, 저 모두 배신자 카드를 뽑지 않았고, 서로 나름 협력해가며 싸웠기 때문에 주 목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제 개인 미션은 건강염려증 환자답게 약품 등 건강관련 카드를 2장 이상 쥐고 끝내는 것이었습니다. 심군님은 모든 캐릭터에게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막판에 무기에 대한 탐욕이 엄청났습니다. 반면에 반야님은 모든 종류의 카드를 손에 쥐는 것이었는데, 심군님이 무기를 다 싹쓸이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약품은 있지만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는 게 상당히 아이러니하더군요.


 [데드오브윈터]는 간만에 해본 협력게임인데, 꽤나 재밌었습니다. 교차로 카드는 이 삭막한 좀비테마의 게임에 이야기를 불어넣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 카드와 구성물들은 이 게임의 테마를 더욱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좀비사이드]처럼 플라스틱 피규어였으면 더 좋았을 아쉬움도 있으니까요. 왠지 나중에 5주년판, 혹은 기념판의 형식을 빌려서 피규어를 추가한 합본판이 나올 것 같은 두려운 예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간 킥스타터 형식의 크라우드 펀딩이 종종 그런 행보를 보여 왔으니까요. 아무튼 전 피규어고 뭐고 간에 한글판만 내주면 좋겠습니다. 물론 [로빈슨크루소]도 협력게임이니 쉽진 않을 겁니다.


2015년 4월 27일 월요일

2015.4.25. Bison(바이슨) at 김포 Ben Venuto

K&K 콤비의 숨은 명작, [바이슨]


 Wolfgang Kramer(볼프강 크레이머)와 Michael Kiesling(미카엘 키슬링) 콤비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다양한 명작들을 내왔고, 지금도 내오고 있습니다. [노티커스]나 [콜 바론], [카라라의 궁전] 등 최신 게임부터 [토레스], [자바] 등 명작들이 이 콤비의 합작품입니다. 
[Bison(바이슨)]도 이 콤비의 숨은 명작이라고 칭할 만한 게임입니다. 그래서 김포 모임에 오면 꼭 돌리는 게임 중 하나지요. 적은 양의 구성물로도 훌륭한 게임성을 만들어가는 점은 꼭 [글렌 모어]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아이다호의 아메리카 원주민, 겨울을 나기 위한 먹거리를 찾아야 하지.


 전에도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다시피,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아메리카 원주민의 테마를 취하고 있습니다. 아이다호 인근의 네즈 퍼스(Nez Perce)라는 종족의 수렵생활을 그리고 있는데요. 보통 "인디언"이라는 오명과 함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왜곡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걸 보자면, [바이슨]은 그래도 균형적인 시각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을 그려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웨스턴 타운]도 훌륭한 상호작용과 테마에 걸맞는 게임성으로 참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거기 그려진 원주민의 이미지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거든요.

네즈 퍼스族의 안전한 겨울을 위하여 애쓰는 Yellow Clan(제 혈족)


 K&K 콤비 특유의 AP 시스템을 버무린 이 게임은 60분 정도의 플레이 타임 안에 플레이어 간 눈치보기와 경쟁을 매우 활발하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저(노란색)와 심군님(붉은색) 간에 대치가 활발히 이루어지다가, 갑자기 반야님(녹색)과 심군님의 싸움으로 전화되었기에 저는 제 영지 안에서 안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요.

마지막에 다시 불붙은 사냥감 쟁탈전, 과연 최후의 승자는?


 이 게임은 인원 수에 따라서 게임 턴의 수가 달라지는데, 마지막 턴에는 누적 점수 없이 최종 수확물의 다소에 따라서 승자가 정해집니다. 막판에 결정적인 한방을 통해서 일발역전을 가능하게 만든 거지요. 이를 통해서 짧은 시간이지만,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하더군요. 이 게임도 [빅 시티]처럼 초중반에는 제가 잘 나가다가 끝에서 미끄러졌습니다. 심군님과 저의 영향력 싸움으로 인해서 반야님이 어부지리로 1등을 차지하셨지요. 하지만 승패와 상관없이 돌리고 싶은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했으니 더 바랄 나윈 없겠습니다.


2015.4.25. Splendor(스플렌더) at 김포 Ben Venuto

칩이 적당히 묵직해서 은근히 모으는 재미가 쏠쏠한 듯..


 두번째로 돌린 게임은 보석 칩이 인상적인 게임 [Splendor(스플렌더)]입니다. 이번에는 카페 사장님까지 합류해서 4인플로 2번 돌렸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는데다가 룰도 쉬우니 2번 거푸 돌려도 별 무리는 없더군요. 이 게임도 2번 다 심군님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적당히 초기 보석타일들 먹으면서 점수를 15점까지 끌어올려야 하는데, 쉽진 않습니다.


이 게임은 돌리면서 느낌이 은근히 고스톱이랑 비슷하더군요. 물론 [스플렌더]의 전략성을 감히 고스톱에 비유하는 데 대하여 발끈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앞에서 내가 먹고 싶은 타일들 딱딱 끊어가니까 데자부(Deja vu)를 금할 수 없더군요. [빅 시티]랑 달리 하고 싶은 게 계속 막히니까 좀 답답해져서 더 안풀린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돌려보고 싶은 게임임은 분명합니다.


 비록 이 게임의 첫 느낌은 별로였지만, 다음에는 더 재밌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은 드는 게임입니다. 사실 모든 보드게임이 거진 다 그렇겠지만, 처음의 느낌이나 경험만으로 재미를 단정짓는 건 성급하고 위험한 일이니까요. [컨테이너]나 [빅 시티],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3] 등 많은 게임들이 처음에는 별로였지만, 충분히 재밌다고 느낄 여지가 있거든요. [스플렌더]도 그런 게임 같고 또 그러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2015.4.25. Big City(빅시티) at 김포 Ben Venuto

90년대 게임답게 플라스틱으로 된 구성물을 아끼지 않고 쓰는 게임, 빅 시티


 딱 2년만에 다시 김포모임을 가지고 후기를 올려봅니다. 맨 처음 돌리는 게임은 이번에 구한 [Big City(빅시티)]입니다. 저번 강서구 모임에서 돌렸던 [컨테이너]의 작가 Franz Benno-Delonge(프란츠 베노 델롱게)의 작품이지요. 1999년도 작품인데, 이 때만 해도 플라스틱 컴포가 풍성한 게임들이 자주 나오곤 했지요. [어콰이어]나 [스타워즈:에픽듀얼] 등등 지금은 구하기 힘든 게임들을 쉽게 구하던 시절이죠. 저도 보드게임을 조금 늦게 접하는 바람에 그런 게임들을 힘들게 구했던 기억이 납니다. 잡설은 이쯤 하고 게임 설명부터 들어가죠.

도시개발업자가 되어서 도시도 만들고 돈도 벌고,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고~


 이 게임의 목표는 도시에 여러 종류의 건물을 지으면서 거기에 해당하는 개발 점수를 획득하여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건물을 짓더라도 주변환경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게 특징이라, 여러모로 주변을 잘 살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진에서 보이는 주택가(빨간 건물)는 교외에 지어야 승점이 1점 더 추가된다든가, 공원 옆에 짓거나 Tram 옆에 지으면 추가점수가 발생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건물을 지을려면, 1부터 8까지 해당하는 지역구의 카드를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손에 알맞은 패를 모으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양한 건물들, 도색했더라면 더 아름다웠을 텐데


 [빅시티]에는 다양한 건물들이 존재합니다. 우측에 보이는 붉은색 건물들은 주택가이고 노란색 건물들은 상가들인데요, 각각 주택지구와 상업지구를 상징하며 기본적으로 건설가능한 건물들입니다. 그에 반해 짙은 회색이나 연회색 건물들은 특수건물로서 시청을 건설하고 나서 지을 수 있는데, 거기에도 특수조건이 붙습니다. 특히 맨 앞에 보이는 짙은 회색의 2줄 짜리 건물은 쇼핑몰인데, 짓기 위해선 주택가와 상가에 인접해야 하고 Tram와 특수건물과 접해 있어야만 합니다. 조건이 많은 대신에 한 번 지으면 30점을 얻지요. 꽤 큰 점수인데 그만큼 건설하기 쉽지 않지요.

게임이 진행될 수록 도시의 윤곽이 잡히는 게 꼭 PC게임 심시티 같네요


 사진상으로 보이는 은색 막대기 같은 게 바로 Tram입니다. 한자로는 路面電車(노면전차)라고 하는데, 일본식 조어라 그냥 일상 용어인 트램으로 쓰기로 합니다. 갑자기 이야기가 새어서 미안하지만, 요즘 지하철 9호선이 지옥철이라는 별칭 속에서 247%의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당초 계획상 수용예측이 빗나가서 탑승객이 엄청 늘어났기 때문에 더욱 미어터진다고 합니다. 저도 매일 출근하면서 경험하고 있는바, 매일매일 압사(壓死)할 고통을 느끼고 있지요. 아무튼 이렇게 탑승객이 폭증한 데에는 9호선 역세권에 사람들이 몰린 것도 한 몫할 텐데요, [빅시티]에서도 역세권은 개발 점수가 2배가 되는 식으로 역세권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독일은 인구밀도가 우리보다는 낮으니 이렇게 트램을 다닥다닥 지어도 우리처럼 붐비지는 않겠지요.

부지런히 앞서 나가고 있지만, 과연 1등을 차지할 수 있을 런지는...


 건물을 짓고나서 바로 점수를 받는 시스템이라, 큰 점수를 얻기 위해선 미리 주변에 보너스 점수를 주는 건물이나 트램, 공원 등을 지어 놓아야 합니다. 저(파란색)는 트램과 공원 덕분에 49점으로 앞서 나가고 있네요. 사실 이 게임은 Tram이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시청도 2배 보너스를 주긴 하지만,  전차는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마음대로 놓을 수 있으니까요.

조감도입니다. 이렇게 보니 왠지 [보스 1999]라는 고전 게임이 생각나네요.


  [빅 시티]는 2012년 3월에 처음 하고 나서 2번째로 하는 거였는데요, 그 때완 다른 양상으로 게임이 흘렀던 것 같습니다. 하긴 처음으로 하는 데다가 5인으로 꽉 채워서 해서 그런지, 뭐 하나 제대로 풀리질 않았었으니까요. 이번에는 3인플이라 예전과는 달리 꽤 산뜻하게 진행되었고, 딴지도 그렇게 심하진 않았지요. 제가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리기 전까진 말이죠. 사진으로 보시면 위에 "2"지구(District 2)에 아무런 건물이 지어지지 않았다는 게 보일 겁니다. 누군가 카드를 모아서 지을 계획이었을 텐데요. 여기에 제가 태클을 걸지요.

도심 한 가운데에 공장을 짓게 된다면, 개발업자로선 좋을 게 하나도 없죠.


 바로 "2"지구에다가 공장을 지어버린 겁니다. 공장도 "공장"카드만 있으면 아무데나 지을 수가 있는데, 이렇게 짓고 나면 해당 카드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는 그 카드를 버리고 새로 보충받아야만 합니다. 만약 카드 더미에 받을 수 없는 카드가 없으면, 보충마저도 받을 수 없구요. 이래저래 꼬이게 되는 거죠. 한번 해 본 경험자로서 안타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할 수도 없지요.

아까 말씀드렸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바로 쇼핑몰을 짓기 위한 조건이 이루어진 거죠!


 그렇게 남의 개발지구에는 재를 뿌려놓고선 저는 "1"지구에다가 쇼핑몰을 지어버립니다. 상업지구와 주택지구, 트램과 특수건물(극장)이 모두 충족되면서 지을 수 있게 된 거지요. 덕분에 30점을 통째로 올려버린 저는 이 때부터 승리를 의심치 않았습니다. 비록 룰 가르쳐주고 이기는 꼴이지만요.

또 다른 쇼핑몰이 지어졌네요, 그것도 공장 옆에!


 그런데 제가 훼방을 놓은 지구"2"에서 기어코 쇼핑몰이 건설되고야 맙니다. 심군님(빨간색)이 근성을 발휘해서 결국 쇼핑몰 건설에 성공한 거지요. 게다가 저렇게 지으려면 41번 카드가 꼭 필요했는데, 제가 너무 방심한 나머지 그걸 다른 카드와 교환해 버린 게 패착이었지요. 게다가 심군님은 교회도 2채 다 지었기 때문에 저를 바짝 추격해 오게 됩니다.

아쉽게도 지고 말았네요, 그것도 1점 차이로!!


 결국 1점 차이로 제가 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쇼핑몰도 짓고 공장도 제가 2채 모두 지었기 때문에 원없이 즐긴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5인 꽉 채워서 하는 건 무조건 지양해야 겠네요. [컨테이너]도 그렇고 [빅시티]도 그렇고 최대 인원으로 해선 게임 본연의 재미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너무 빡빡해지는 게 문제지요.

지든 이기든, 이렇게 하나의 도시가 완성된 걸 보는 것만으로 뿌듯한 일입니다.


 게임할 때는 몰랐는데, 다 끝나고 나니까 완성된 도시를 보는 것도 이 게임의 또다른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유럽의 도시는 아파트 一色인 우리완 달리 아름답네요. 이렇게 대충 지었는데도 말이지요. 우리의 도시완 달리 독일의 도시를 배경으로 만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의 도시를 배경으로 했다면 뭔가 삭막하기 그지 없는 도시가 되었을 것 같네요. 일단 유리궁전같이 생긴 시청과 개성없는 교회가 떠오르네요. 아파트는 성냥갑 모양 일색일 테고, 특수건물인 은행이나 극장, 우체국은 상가 건물과 모양 면에서 차이가 없을 겁니다.

우리의 도시도 아름다워질 날을 기대해 봅니다.


 2000년대 중반에 [빅 시티]가 재판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었지요. Valley Games에서 2판이 나온다고 했다가, 밸리 게임즈가 거의 보드게임 시장에서 손을 떼면서 재판의 가능성도 0으로 수렴하고 말았지요. 비록 뛰어난 컴포로 부족한 게임성을 보완하고 있다는 혹평도 있긴 하지만, 간단히 아기자기한 재미를 찾기에는 꽤 훌륭한 게임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상 본격 도시 짓는 게임, [빅시티] 후기였습니다.


2015년 4월 17일 금요일

컨테이너(container)에 관한 小考

지난 주에  강서구 3355모임에서 컨테이너를 돌렸는데요.
비록 짧은 후기를 올리긴 했지만, 좀 부족한 감이 있는 것 같아서 좀 더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프란츠-베노 델롱게 判士(Judge Franz-Benno Delonge)의 유작으로서 독특한 가치와 뛰어난 테마를 가지고 있는 [컨테이너]는 경제게임의 전형으로서 의의도 큰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유경쟁시장과 국제무역이론을 적용하여 하나의 국민경제를 구성했다는 점이 이 게임의 묘미인데요, 최소한의 룰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경제주체의 자발적 행동에 맡겼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즉, 제로-섬 게임으로 가느냐, 아니면 용의자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파레토 최적으로 가느냐가 자율적으로 정해지는 거지요.




근데 아쉽게도 4월 11일의 플레이에서는 파레토 최적보다는 시장의 실패로 치달은 것 같아서 많이 아쉽더라구요. 물론 좀 더 대출한도를 늘렸으면 하거나 초기 자본금을 5인플에 한해서 30불 정도로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최적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이 게임의 목표였으니까요.




안타깝게도 그날은 덤핑으로 인한 하향평준화와 자본금이 늘지 못하는 구조로 인한 경매의 비활성화 때문에 게임이 종반으로 치달을 수록 상당히 단조로워지고 뭔가 잘못 풀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아무래도 이런 점은 변형 룰을 적용하거나, 아예 덤핑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대출 한도를 늘리며 사치품을 통해서 경매의 활성화를 꾀하는 확장을 적용하면 나아질 것 같더라구요.




어찌 되었든 경제모형이든 경제게임이든 우리가 가정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인 만큼, 아쉬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단기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최종 낙찰가가 조금 못미치더라도 섬 정부의 수입 보조금을 받으면서 자본을 축적하는 게 더 올바를 테니까요. 아무튼 그날의 아쉬움과는 달리, 더더욱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게임임은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점에서는 [1830]이나 [국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이상 [컨테이너]에 대한 짧은 고찰이었습니다.


2015년 4월 16일 목요일

2015.4.11 강서구 모임(3355) 후기

작년 하순에 여의도 온 이후로 통 보드게임 모임에 못나가다가 올해 처음으로 보드게임 모임에 다시 나가게 되었습니다. 간만에 간 모임이지만, 예전과 같이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네요. 사설은 여기까지 하고 바로 돌아간 게임을 사진과 함께 감상해 보시죠.


1. 프레쉬 피쉬(Fresh Fish)

프레쉬 피쉬

녹색과 두문자 F를 너무나 사랑하는 작가, 프리드만 프리제(Friedemann Friese)의 1997년 작 Fresh Fish(프레쉬 피쉬)입니다. 물론 판본은 2003년작 영문판으로 했지만, 언어 빼고는 다 똑같아요. 이 작가 게임은 파우나랑 파미글리아, 프리제의 랜드로드를 가지고 있는데, 확실히 프레쉬 피쉬같은 초기작들이 더욱 독특하고 기발한 감이 살아 있네요.


프레쉬 피쉬 - 플레이 초반부

게임의 목표는 승점을 최대한 적게 먹어서 승리하는 건데, 좀 독특합니다. 게임에는 4개의 공급지(부두, 원자력발전소, 유정, 게임제작소)가 있고, 그에 해당하는 수요처가 각각 4개 있습니다. 초기 세팅된 공급지와 수요처를 얼마나 지근거리에 연결시키느냐가 관건인데, 전략적인 고민과 딴지요소가 공존하기 때문에 상당히 묘하더군요.


프레쉬 피쉬 - 게임 종료시

작년에 재판이 나오긴 했는데, 구성물은 조악해도 초판에 더 톡톡 튀는 감성이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냥 하드보드지를 인쇄해서 잘라 만든 것 같은 인상이나, 게임만 재밌으면 된 거죠. 재판은 시장의 좌판과 트럭을 연결하는 걸로 바뀐 것 같은데, 그에 반해 더 톡톡 튀고 재밌는 요소가 많으니까요. 수 예측만 보면 바둑 같은데, 거기다 딴지 요소와 경매가 어우러지니까 잘 차려진 잡탕밥 같았던 게임입니다.


2. 레지스탕스 : 아발론(The Resistance : Avalon)



프레쉬 피쉬를 끝내고 나니, 인원이 8인이 되어 레지스탕스 : 아발론을 돌렸습니다. 역시 인원이 다수일 땐, 텔레스트레이션이나 아발론이 언제나 잘먹히지요. 마피아류 게임이 그렇듯이 마피아가 더 유리하긴 하지만요. 역시 이날 게임도 퍼시벌의 잘못된 고백과 모드레드의 선방으로 악의 축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저도 모르가나를 맡아서 마피아 편에서 암약했는데, 마피아 게임은 악의 축이 더 재미나고 플레이도 수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3. 케멧(Kemet)

케멧

아발론을 끝내고 인원을 갈라서 게임을 즐겼습니다. 제가 낀 쪽에서는 케멧을 돌렸습니다. 이 게임은 전에 당정모임에서 종광님, 장백거사님 등과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때 이후로 오랜만에 해봤네요. 근데 룰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없던 기억을 짜내며 룰북을 독파하고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그리 규칙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2년만에 갑자기 룰북 보고 설명하려니까 버겁더라구요. 특히 케멧은 규칙서에 요약하는 장이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파워타일과 승점 토큰들

이 게임이 재밌는 것은 다른 문명게임이나 워게임류와는 다르게 전투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적당히 간보다가 뒷치기 같은 건 잘 안먹히지요. 이기든 지든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사원을 점유해야 승점을 쌓아서 승리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게다가 고정되어 있는 승점(사각형 토큰)이 있는 반면에, 유동적인 승점(원형 토큰)도 있어서 플레이어간 경쟁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크리처들

전투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요소 외에도 게임 외적으로 구성물이 참 테마와 어울리게 잘 나와서 하는 재미,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코끼리, 미라, 스핑크스, 전갈, 코브라 등 이집트 테마에 어울리는 크리처들이 게임의 형세를 이끌지요. 저는 이 날 파란색 테크에 주력해서 코브라랑 스핑크스를 뽑았는데, 코브라의 무효화 스킬이 쏠쏠하더군요.

AP시스템

액션포인트 시스템을 차용해서 각자의 전략을 정하고 움직이도록 하고 있는데요, 특히 전투 행동은 매 라운드당 2번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상단의 저 금색 마커는 추가로 전투나 모병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에 전 최대 3번의 도발이 가능하지요. 게임은 룰 알려준 저의 승리로 끝났는데요. 좀 적극적이고 호전적으로 운용해야 승리를 획득하는 시스템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게임하는 내내 왠지 문화의 충돌이 떠오르더군요.


4. 왕자의 게임 LCG(Game of Throne LCG)



저희 테이블에서 케멧이 돌아가고 있던 동안, 다른 쪽에서는 왕좌의 게임 LCG를 3인으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스타크와 바라테온, 그리고 타르가르옌이 서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같네요.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왕좌의 게임 HBO를 한글화하여 냈다고 하던데, 드라마 기반인 HBO 카드게임과는 달리 LCG게임은 3인도 가능하더군요. 개인적으로 드라마의 일러스트가 나오는 2인용이 심미적으로는 더 마음에 들지만, 바라테온이나 타르가르옌 가문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선 LCG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5. 컨테이너(Container)

이렇게 싼데 안살거야?

케멧을 플레이하고 난 후 제가 가져온 컨테이너를 겐생님, 로튼, 임가드, 우하하맨, 그리고 저 이렇게 5인플로 돌렸습니다. 최근에 구한 게임이라 꼭 한판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모임에서 원을 풀었네요. 이 게임은 프란츠 베노-델롱게의 유작으로 유명한데, 마닐라도 그렇고 빅 시티도 미려한 구성물로 유명하지요. 컨테이너도 테마에 어울리는 아트웍과 구성물이 마음에 듭니다.

가상의 섬을 가정하고 경제모형을 구성하고 운용하는 걸 보면 경제게임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네요.

게임의 진행은 간단합니다. 먼저 자신의 공장에서 컨테이너를 생산하여 가격을 정하여 공장 쪽 도매가게에 내놓으면 누군가 제 컨테이너를 사다가 자신의 항구가게에 다시 마진을 붙여서 진열합니다. 그러면 그의 항구가게에 또다른 누군가의 배가 입항하여 화물을 실어다가 섬에 가져다 팔면 되지요. 섬에서는 블라인드 비딩의 형식으로 화물의 가격이 정해지는데, 최고가 수용여부에 따라서 섬의 정부로부터 수입보조금을 추가로 받을 수도 있고 자신이 직접 최고가를 은행에 내고 화물을 인수할 수도 있습니다.

인기가 좋은 우하하맨의 항구가게


근데 5인플로 돌리다 보니 초기 자금이 너무 빡빡하고 덤핑으로 인한 악순환으로 인해 갈수록 게임이 단조로워지고 답답해지더군요. 첫 게임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뭔가 규칙에 문제가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좀 안타까웠습니다. 분명 게임 시스템은 잘 짜였는데, 초기 자금이 20불인 것이나 대출을 2번밖에 못하는 점 등이 자본을 더 축적하지 못하게 한 것 같습니다.

막바지가 되니 서로 섬에 입항하여 화물을 선적하네요.
결국 2종류의 컨테이너가 품절되면서, 게임은 종료되었고 섬에 압도적인 화물을 비축한 임가드가 승리하였습니다. 뭔가 막바지에 답답하긴 했지만, 다음에 꼭 다시 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가 경제주체들을 다르게 행동하도록 유도하거나 시장을 덤핑 경쟁으로 몰고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어요, 이 게임은..
다음에는 확장을 껴서 해볼까 합니다. 뭐, 언제가 될지 어디서 할지는 기약할 수 없지만요.

아무튼 이 날은 신나게 게임을 돌렸네요. 제가 가져간 컨테이너를 처음으로 돌렸다는데 일단 의의를 두고 싶고, 케멧을 오랜만에 재미나게 즐겼다는 것도 좋았구요. 확실히 보드게임은 재밌게 가지고 놀 때, 제일 그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3355 모임에 갈 때는 빅 시티나 드 불가리 엘로쿠엔티아를 해보고 싶네요. 벌써 그 날이 기다려집니다. 이상 긴 후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즐거운 보드게임 생활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