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6일 토요일

2015. 5. 23. Dungeon Petz(던전 페츠) at 김포 모임

오우거가 드라고랑 키스하는 게임, [던전 페츠]입니다.


 낮에 강서구 모임에서 처음으로 즐기고, 저녁에 김포 모임에 와서 반야님과 함께 다시 돌린 [Dungeon Petz(던전 페츠)]입니다. 예전에는 처음 배운 게임을 2판 연속으로 돌리기도 했는데, 갈수록 게임들은 많아지고 시간은 없어져서 요즘은 통 그러질 못했었지요. 간만에 하루에 2판 즐긴 게임이 나왔네요. [던전 페츠]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구요.



2번째 게임이라 프로모 펫, "요미"를 넣어 보았습니다.


이번에 긱스토어에 [레지스탕스 아발론] 프로모인 랜슬롯 확장이 들어왔길래, 겸사겸사 [던전 페츠] 프로모 펫들도 구입했습니다. Blob이랑 요미, 스켈레톤을 새로 추가했는데, 아쉽게도 여분 다이얼은 2개밖에 없어서 Blob은 확장 개봉한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겠네요. 이 날 게임에서는 요미 1마리만 등장했는데, 매 라운드별로 식성이 바뀌는 특이한 녀석입니다. 게다가 요구의 종류를 주인 마음대로 정하는 부분도 있어서 꽤 키우기 쉽더군요. 물론 설명서가 없었기 때문에 좀 에러플한 부분도 있었지만요. 요미의 "마음대로" 요구를 정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카드 중 고르고 싶은 색을 가진 카드를 내려놓고 이번 라운드 동안 앞에 내어 놓아야 하더군요. 즉, 요구 색을 맞추는 대신에 그 카드는 못쓰게 하는 건데, 프로모에 별다른 규칙서가 끼어있지 않아서 그걸 모르고 했네요. 하긴 원래 슈필박스 확장이니 그러려니 합니다만..


오늘만 2번째 돌리는 게임이지만, 펫들 요구 들어주는 건 참 쉽지가 않네요.


 낮에는 3인으로 했고, 저녁엔 2인으로 했는데 2인은 NPC가 6마리로 늘어나서 더욱 게임을 방해합니다. 특히 2라운드 주기로 식량을 봉해버리기 때문에, 먹는 요구를 해결하는 데 애로가 발생하더군요. 게다가 반야님이 계속 식량을 먼저 선점하셨기에 종반 라운드엔 펫 1마리가 식량을 못먹어서 불행해지고 말았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물약 카드 1장 썼음에도, 식량이 부족해서 불행해 지더군요. 이 게임은 장보기 단계에서 하고 싶은 액션을 못하는 것도 고역이지만, 펫들 요구 들어주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확장인 [Dark Alleys]에서는 어떤 부분이 추가되었을지 궁금해지네요.


게임 전체를 조망해 보았습니다. [드레드 플릿] 플레이 매트가 [던전 페츠]에도 잘 어울리네요.


 전에도 언급했지만, [던전 페츠]를 하면서 [20세기]와 [던전 로즈]가 자꾸 오버랩되곤 합니다. 우선 [던전 로즈]야 이 게임의 프리퀄 격인 작품이니 당연히 그러하겠지만, 검정 일색의 [던전 로즈]와 빨강 위주의 [던전 페츠]는 좋은 대비를 이루는 것 같더라구요. 게다가 [던전 로즈]의 확장인 [축제의 시즌]에서는 펫을 키우는 요소도 추가되었기 때문에 두 게임 간 관계는 더욱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같은 작가의 게임은 아니지만, 같은 퍼블리셔(CGE:체코 게임즈 에디션)에 속한 작가의 게임인 [20세기]도 꽤 비슷한 것 같아요. 다음 라운드의 요구조건이 먼저 공개되는 부분도 그렇지만, 경매의 요소도 꽤 흡사하지요. 전 [20세기]에서 경매를 잘하지 못하고 계속 지다가 게임이 어려워지는 걸 느꼈는데, [던전 페츠]에서도 비슷한 곤란을 느꼈습니다. 반야님이 계속 일꾼 경매에서 앞서 나가시다 보니, 우리를 잘 챙겨오진 못했지요. 경매게임은 모르겠는데, 경매 요소가 들어간 일꾼배치 게임은 좀 힘들어요.


던전 로즈와는 달리 아기자기한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그래도 [던전 페츠]에서는 [던전 로즈]보다 골치 아픈 요소는 훨씬 줄었으면서도, 재미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기에는 좋은 것 같습니다. 펫들 요구랑 다음 라운드 전시회나 고객의 선호만 잘 파악해도 게임의 흐름이 대강 보이니까요. [던전 로즈]의 전투 라운드시 공개되는 전투카드들처럼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애 요소 같은 게 없어서일까요? 아무튼 던전이 망해서 밥벌어 먹기 위해 펫들을 기르는 게임인 만큼, [던전 로즈]에서의 난이도는 확실히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 라운드를 예고하는 시스템은 [20세기]와 매우 유사하더군요.


 그래도 처음 하기에는 그리 녹록한 게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벼운 느낌이라는 것도 블라다 크바틸 게임치고는 그렇단 얘기니까요. 펫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그 요구하는 바도 계속 많아지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분양하고 새로 데려오는 방법이 나을 텐데요. 반야님이 키우는 미니 골렘 같은 경우는 나이도 다 먹고 해서 팔아야 하는데, 불행 토큰이 2개, 똥 토큰이 3개나 있어서 팔 수가 없었습니다. 감점 요인이 많아서 웃돈을 주고 팔아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결국 마지막 라운드까지 못팔았지요. 우리는 꽤 많이 사셨지만, [던전 로즈]와는 달리 "우리왕" 이런 건 없기 때문에 별로 도움이 되진 않았어요.


드디어 게임이 끝났네요. 잘 키워서 분양한 펫들 보면 기를 때의 노고가 생각나서 흐뭇합니다.


2~3인 게임의 경우는 6라운드까지 진행하고 게임을 끝내는데요. 제가 78점, 반야님이 50점을
받아서, 제가 게임을 승리했습니다. 사실 게임을 알려주고 이긴 거라,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죠. 그리고 규칙을 알려주고 이길 정도라는 게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던전 로즈]는 룰 설명하고 1번도 이긴 적이 없거든요. 그만큼 게임을 설명하기도 어렵고 진행할 때마다 잔규칙도 많기 때문이지요. 요는 [던전 페츠]는 블라다 크바틸 게임 1번도 안해보셨더라도 일꾼배치 게임 조금 해보셨으면, 충분히 즐기기 쉬운 게임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사족을 덧붙이자면, 후기 내내 [던전 로즈]를 까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 [던전 로즈] 엄청 좋아합니다. 다만, 제가 설명만 안했으면 좋겠어요. 예전 486 컴퓨터 시절의 PC게임 "Dungeon Keeper"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테마라 참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설명하기가 너무 힘들어서요. 되려 [메이지 나이트]가 설명하기 더 편하다고까지 느낄 정도니까요.

무럭무럭 자란 4마리의 펫들, 순서대로 파이어리 페리, 요미, 고스티, 워미입니다.


 [던전 페츠]를 하루에 거푸 돌린 소감은, 괜찮은 경매, 일꾼배치 게임이라는 겁니다. 솔직히 전 일꾼배치 게임 별로 안좋아합니다. 유로게임을 안좋아하는 이유와도 맥이 닿아 있는데, 왜 일꾼을 배치하고 액션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몰입이 잘 안되기 때문이죠. 소위 말하는 "테마는 거들 뿐"이라는 식은 사절입니다. 그런 면에서 [던전 페츠]는 일꾼배치 게임임에도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게임이 되겠네요. 확실히 펫들을 키우고 달랜다는 요소를 체감할 수 있으니까요. 블라다 크바틸이 [메이지 나이트]를 낸 후로 [쓰루 디 에이지스], [스페이스 얼럿] 등에 필적할 게임을 통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꼭 다시금 재기에 성공했으면 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게임을 만든 사람이 말이죠.. 그래서 유로게임과 "Ameritrash"게임의 균형을 맞추어주었으면 좋겠어요.